“정유라 말 구입外 한푼도 안써”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 씨가 삼성의 승마훈련 지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은 4일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중장기 로드맵’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선수들을 포함해)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지원하려 했지만 최 씨가 자금을 주무르면서 정 씨만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11월∼올 1월 정 씨(마장마술)가 훈련한 독일에 머물렀다.
박 전 감독은 “나는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한 장애물 종목 준비단장으로 파견됐다”면서 “삼성전자 전무인 황성수 승마협회 부회장에게서 ‘삼성이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돈을 보내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 씨 모녀 소유의 코레스포츠는 지난해 9∼10월 컨설팅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35억 원을 받은 회사다. 이 중 10억 원은 정 씨가 탄 ‘비타나V’를 구입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코레스포츠는 마장마술 외 종목의 말 구입에는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박 전 감독은 “장애물용 말을 구두 계약했지만 코레스포츠가 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중순 이 같은 사실을 황 부회장 등 삼성에 말했더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삼성이 승마 유망주 육성 명목으로 코레스포츠에 지원한 돈이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검찰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에 응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삼성은 검찰조사에서 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은 최 씨에게 속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가 삼성에 사기를 쳤을 가능성과, 삼성이 모종의 도움을 기대하고 최 씨에게 건넨 돈일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