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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특수? 양초 업체는 돈 벌었을까

Marine Kim 2016. 11. 19. 07:40

Why] 촛불 집회 특수? 양초 업체는 돈 벌었을까

  • 입력 : 2016.11.19 03:00

국산보다 중국산 많아
LED 모조 양초 유행까지
개당 마진도 20~30원

"특수 바라지도 않아
돈 안 벌어도 좋으니 국가 얼른 안정됐으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대규모 촛불 집회 덕분에 양초 제조업체들이 특수(特需)를 누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집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초 매출은 과거의 두 배까지 폭증하기도 했지만, '특수'를 말할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첫 촛불 집회가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5일간 양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량인 102%가 증가했다. 10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던 지난 12일 집회 당시 광화문·종로 일대 편의점 등에선 양초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개별 편의점이 판매한 양초 물량이래 봐야 기껏해야 수십 개 단위이기 때문에 수십만 개가 사용되는 촛불 집회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나 학생단체 등에서 집회 참가자에게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 양초 제조업체나 도매업체로부터 직접 만(萬) 단위로 사들이는 물량이 훨씬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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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열린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들 손마다 종이컵을 받친 양초가 들려 있다./이태경 기자
경기 파주에서 양초를 만드는 한 업체는 촛불 집회 영향으로 시위에 사용되는 양초 주문이 약간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생산 주문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양초로 큰돈을 만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돈 안 벌어도 좋으니 국가가 얼른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업체가 공급하는 양초 1개 가격은 200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1만 개를 판다고 해도 개당 마진을 20~30원으로 치면 20만~30만원 버는 것"이라면서 "집회용 양초는 시장에서 콩나물 파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잔뜩 팔아봐야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제조업체는 집회에 이용되는 작은 흰색 양초를 마진이 적다는 이유로 생산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양초 제조업체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결혼식이나 파티 등에 사용되는 고급 양초나 사찰·성당에서 쓰는 마디 굵은 양초의 주문이 늘어난다면 모르겠지만 집회용 양초 판매는 수입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청소년들은 발광 다이오드(LED)로 만들어진 '모조 양초'를 들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중국산 양초 수입이 늘어나면서 도산하는 국내 양초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 양초 제조업체는 100여 곳으로 그나마 가족끼리 운영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며, 다른 제조업처럼 협회 같은 단체를 구성할 수준도 아니라고 한다. 업계 측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당시만 해도 국산 양초가 많았지만 요즘은 중국산 양초가 훨씬 많다고 했다. 양초의 원료로 이용되는 파라핀을 중국이 독점 판매하는 탓에 원료값 상승으로 국내 업체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대신, 그 빈자리를 중국산 양초 수입 업체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중 FTA로 양초 관세가 낮아져 국내 제조업체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초 제조업체 관계자는 "1년 365일 날마다 100만명 집회가 열린다면 모를까 양초 사업이 특수를 누린다는 얘기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양초 제조업체들은 일부 유통 과정의 폭리를 지적했다. 집회용 양초 납품가는 개당 200원을 밑돌지만 편의점들은 개당 1000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편의점에서 파는 양초는 주로 제사용품으로 사용되며 집회용 양초보다 두 배 정도 크다. 편의점 측은 "중간 유통업체로부터 양초를 납품받고 있고, 대략 50%의 마진을 남긴다"면서 "하지만 편의점에 구비된 양초 수가 워낙 적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