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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절개하고 봉합까지, '메스'를 건네받은 로봇 강성철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원
Marine Kim
2016. 11. 27. 11:52
[IF] Dr.로봇, 메스를 건네받다
- 입력 : 2016.11.26 03:00
알아서 절개하고 치료 후 봉합까지… 일상으로 온 '수술 로봇'
지난 5월 2일 미국 워싱턴 국립아동병원 연구진은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최초로 자동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조직 자동 로봇(STAR)'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돼지 내장을 대상으로 한 봉합 수술 실험에서 의사는 물론,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수술 로봇인 '다빈치(da Vinci)'도 압도했다. 의사 한 명 없는 병원에서 오직 로봇으로만 환자를 치료하고 수술하는 공상 과학(SF) 영화의 상상력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과연 로봇에 우리 몸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사람 도움 필요 없는 수술 로봇 등장
다빈치는 의사의 손동작을 따라 로봇 팔이 수술 도구를 움직이는 원리다.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하고 수술 도구를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정밀하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술의 성공 여부는 로봇 팔을 조작하는 의사의 실력에 달려 있다.
이에 비해 STAR는 의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봉합 부위를 보고 바늘을 어떻게 넣고 빼야 하는지, 봉합 간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다른 인체 부위에서도 완전 자동 수술 로봇이 성공한 예가 없지만, 특히 내장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은 수술 도중 형태가 계속 바뀌어 의사의 개입 없이는 로봇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STAR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국립아동병원 연구진은 완전 자동 수술을 위해 사전에 매듭을 지을 때 실이 어느 정도 팽팽해야 하는지, 바늘을 어느 방향으로 찌르고 빼는 것이 나은지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다. 로봇은 이 정보에 따라 힘 센서로 바늘과 실의 압력을 측정하고 형광물질로 미리 표시해둔 봉합 부위를 근적외선 카메라로 추적하면서 바늘을 움직였다. 로봇이 봉합한 곳은 간격이 일정하고 매듭이 단단해 사람 손으로 봉합한 곳보다 2배나 압력에 강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봉합한 곳이 다시 터질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실렸다.
그렇다고 당장 로봇 혼자 수술을 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STAR 로봇을 개발한 피터 김 박사도 "로봇이 독자적으로 수술을 해도 옆에서 의료진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과학자들은 자동 수술 로봇이 봉합 수술과 같이 지루하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을 맡으면 의사가 좀 더 세밀한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로봇이 수술실에서 의사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도와주는 동료로 함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전 세계 대학, 병원, 기업 연구실에서는 이를 위해 새로운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개발 시작
수술 로봇의 개발은 19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미 국방부 첨단연구계획국(DAR PA)의 지원을 받아 비영리 연구·개발 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이 최초의 수술 로봇 다빈치의 개념을 확립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1990년대 중반 SRI로부터 다빈치 관련 지식재산권을 인수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1999년 유럽에서 다빈치 판매를 시작했고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도 받았다.
다빈치는 250만달러(한화 29억5000만원)의 고가(高價)임에도 수술실로 급속히 확산됐다. 전 세계 병원에 3600대 이상 설치됐다. 2012년 미국 병원에서 다빈치 수술이 35만건을 넘어섰다. 2010년에 비하면 6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술 로봇 활용에 적극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단일 의료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로봇 수술 1만건을 달성했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정교함이다. 그만큼 환자에게 부담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 다빈치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은 비뇨기과와 산부인과이다. 방광 아래에 있는 전립선은 일반 수술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로봇 수술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자궁 수술도 기존 방법으로는 복부에 가로로 길게 절개 흔적이 크게 남지만, 로봇 수술은 내시경과 바늘과 실을 잡는 핀셋 등의 도구가 들어가는 작은 구명 네 개만 있으면 된다. 또 10배 확대한 입체 영상을 보며 수술을 할 수 있어 조직도 정밀하게 잘라낸다. 통증이나 수술 부위 이외의 손상이 줄어든다.
◇2020년에는 7조원 가까운 시장 형성
수술 로봇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 마조 로보틱스는 1.5㎜ 정확도로 척추 수술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모발 이식 로봇과 방사선을 원하는 부위에만 쏠 수 있는 항암 치료 로봇도 나왔다.
시장 조사 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올 초 수술 로봇 시장이 2014년 33억달러(3조9000억원)에서 2020년 64억달러(7조56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까지 시장은 다빈치가 잡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작년 24억달러(2조8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다양한 수술 로봇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적으로는 먼저 수술 로봇의 움직임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 미국 메드로보틱스는 작년 휘어지는 수술 로봇 '플렉스(Flex)'에 대한 FDA 허가를 받았다. 뱀 모양의 로봇은 가운데 내시경과 조명이 있고 좌우로 종양 조직을 잡고 떼는 도구가 달린 형태다. 목 안으로 로봇을 넣으면 뱀처럼 구부러지면서 목구멍을 따라 부드럽게 들어간다. 외부에서 인체를 절개하지 않고도 다양한 부위의 종양 조직을 절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연합은 캡슐형 내시경 기술을 기초로 한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는 심장병 환자의 심장을 기어다니면서 치료를 수행하는 애벌레형 로봇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제공되는 영상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다빈치는 내시경이 촬영한 곳만 볼 수 있다. 의사가 딴 곳을 보고 싶으면 수술을 잠시 멈추고 내시경을 이동시켜야 한다. 미국 트랜스엔터릭스는 시선 추적 장치를 수술 로봇에 추가했다. 의사가 화면을 보면서 수술을 하다가 화면의 특정 위치로 시선을 옮기면 내시경이 자동으로 그쪽을 비추는 식이다. 그만큼 끊임없이 의사가 원하는 곳을 보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앤서니 페르난도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誌) 인터뷰에서 "의사의 눈이 컴퓨터 마우스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타이탄 메디컬은 의사의 눈 대신 수술 도구를 따라 화면이 움직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초소형 카메라를 수술 도구에 달았다. 의사는 수술 도구를 쓰고 있는 쪽을 계속 볼 수 있다.
◇사람 도움 필요 없는 수술 로봇 등장
다빈치는 의사의 손동작을 따라 로봇 팔이 수술 도구를 움직이는 원리다.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하고 수술 도구를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 정밀하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술의 성공 여부는 로봇 팔을 조작하는 의사의 실력에 달려 있다.
이에 비해 STAR는 의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봉합 부위를 보고 바늘을 어떻게 넣고 빼야 하는지, 봉합 간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다른 인체 부위에서도 완전 자동 수술 로봇이 성공한 예가 없지만, 특히 내장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은 수술 도중 형태가 계속 바뀌어 의사의 개입 없이는 로봇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STAR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국립아동병원 연구진은 완전 자동 수술을 위해 사전에 매듭을 지을 때 실이 어느 정도 팽팽해야 하는지, 바늘을 어느 방향으로 찌르고 빼는 것이 나은지 등에 대한 정보를 입력했다. 로봇은 이 정보에 따라 힘 센서로 바늘과 실의 압력을 측정하고 형광물질로 미리 표시해둔 봉합 부위를 근적외선 카메라로 추적하면서 바늘을 움직였다. 로봇이 봉합한 곳은 간격이 일정하고 매듭이 단단해 사람 손으로 봉합한 곳보다 2배나 압력에 강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봉합한 곳이 다시 터질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실렸다.
그렇다고 당장 로봇 혼자 수술을 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STAR 로봇을 개발한 피터 김 박사도 "로봇이 독자적으로 수술을 해도 옆에서 의료진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과학자들은 자동 수술 로봇이 봉합 수술과 같이 지루하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을 맡으면 의사가 좀 더 세밀한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로봇이 수술실에서 의사를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도와주는 동료로 함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전 세계 대학, 병원, 기업 연구실에서는 이를 위해 새로운 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개발 시작
수술 로봇의 개발은 19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미 국방부 첨단연구계획국(DAR PA)의 지원을 받아 비영리 연구·개발 기관인 SRI인터내셔널이 최초의 수술 로봇 다빈치의 개념을 확립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1990년대 중반 SRI로부터 다빈치 관련 지식재산권을 인수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1999년 유럽에서 다빈치 판매를 시작했고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도 받았다.
다빈치는 250만달러(한화 29억5000만원)의 고가(高價)임에도 수술실로 급속히 확산됐다. 전 세계 병원에 3600대 이상 설치됐다. 2012년 미국 병원에서 다빈치 수술이 35만건을 넘어섰다. 2010년에 비하면 60%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술 로봇 활용에 적극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13년 단일 의료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로봇 수술 1만건을 달성했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정교함이다. 그만큼 환자에게 부담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 다빈치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은 비뇨기과와 산부인과이다. 방광 아래에 있는 전립선은 일반 수술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로봇 수술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자궁 수술도 기존 방법으로는 복부에 가로로 길게 절개 흔적이 크게 남지만, 로봇 수술은 내시경과 바늘과 실을 잡는 핀셋 등의 도구가 들어가는 작은 구명 네 개만 있으면 된다. 또 10배 확대한 입체 영상을 보며 수술을 할 수 있어 조직도 정밀하게 잘라낸다. 통증이나 수술 부위 이외의 손상이 줄어든다.
◇2020년에는 7조원 가까운 시장 형성
수술 로봇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 마조 로보틱스는 1.5㎜ 정확도로 척추 수술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모발 이식 로봇과 방사선을 원하는 부위에만 쏠 수 있는 항암 치료 로봇도 나왔다.
시장 조사 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올 초 수술 로봇 시장이 2014년 33억달러(3조9000억원)에서 2020년 64억달러(7조56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까지 시장은 다빈치가 잡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작년 24억달러(2조8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다양한 수술 로봇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적으로는 먼저 수술 로봇의 움직임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 미국 메드로보틱스는 작년 휘어지는 수술 로봇 '플렉스(Flex)'에 대한 FDA 허가를 받았다. 뱀 모양의 로봇은 가운데 내시경과 조명이 있고 좌우로 종양 조직을 잡고 떼는 도구가 달린 형태다. 목 안으로 로봇을 넣으면 뱀처럼 구부러지면서 목구멍을 따라 부드럽게 들어간다. 외부에서 인체를 절개하지 않고도 다양한 부위의 종양 조직을 절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연합은 캡슐형 내시경 기술을 기초로 한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는 심장병 환자의 심장을 기어다니면서 치료를 수행하는 애벌레형 로봇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제공되는 영상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다빈치는 내시경이 촬영한 곳만 볼 수 있다. 의사가 딴 곳을 보고 싶으면 수술을 잠시 멈추고 내시경을 이동시켜야 한다. 미국 트랜스엔터릭스는 시선 추적 장치를 수술 로봇에 추가했다. 의사가 화면을 보면서 수술을 하다가 화면의 특정 위치로 시선을 옮기면 내시경이 자동으로 그쪽을 비추는 식이다. 그만큼 끊임없이 의사가 원하는 곳을 보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앤서니 페르난도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誌) 인터뷰에서 "의사의 눈이 컴퓨터 마우스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타이탄 메디컬은 의사의 눈 대신 수술 도구를 따라 화면이 움직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초소형 카메라를 수술 도구에 달았다. 의사는 수술 도구를 쓰고 있는 쪽을 계속 볼 수 있다.
◇인공지능·클라우드 수술 로봇도 등장
완전 자동화된 수술 로봇을 향한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의 켄 골드버그 교수는 STAR보다 더 유연한 자동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비결은 로봇이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의사의 수술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이미 MIT 로드니 브룩스 교수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 '백스터'에서 입증된 로봇 학습 방식이다. 사람의 경험과 로봇의 정밀함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업을 배울 때 로봇 혼자 반복하는 것보다 사람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하는 쪽이 효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
골드버그 교수는 중고 다빈치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2013년부터 중고 다빈치를 전 세계 대학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결과물은 서로 공유한다. 그러면 다빈치가 예전에 없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골드버그 교수는 "앞으로 10년 내 단순 수술은 완전 자동화된 로봇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이미 구글이 투자한 미국의 로봇 전문 회사 윌로 개러지가 'PR2' 로봇으로 입증한 방식이다. 회사는 두 팔을 가진 이 로봇을 MIT와 뮌헨 공대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실 20군데에 무료로 제공했다. 조건은 하나였다. PR2를 이용해 개발한 로봇 기술을 공유하는 것. 한쪽에서는 요리를 배우고, 다른 쪽에서는 빨래 개기를 배운다. 학습 결과는 인터넷으로 공유한다. 그러면 로봇이 동시에 두 가지 능력을 갖는다. 바로 인터넷에 정보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클라우드 로봇'이 되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도 수술 로봇에 적용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엄청난 양의 기보(棋譜)를 보고 스스로 바둑 원리를 터득했다. 이러한 기계 학습법이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술 로봇도 기계 학습을 할 수 있다. UC버클리 골드버그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연간 50만건씩 이뤄지는 다빈치 수술 데이터를 로봇끼리 공유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뇌 미세 수술용 연구 활발
우리나라는 수술 로봇 활용의 강국이다. 최근에는 국산 수술 로봇 개발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큐렉소·현대중공업·미래컴퍼니·고영테크놀로지 등의 기업에서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큐렉소는 2007년 미국 회사로부터 인공관절용 수술 로봇 로보닥(ROBODOC)을 인수해 2008년 FDA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신제품 '티솔루션원(TSolution one)'도 2014년 허가를 받았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와 유사한 복강경 수술 로봇 '레보아이(REVO-i)'를 개발했고, 고영테크놀로지에서는 3차원 검사 기술을 활용한 이비인후과·신경외과 수술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수술 로봇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KAIST는 내시경 형태의 수술 로봇을, 전남대는 캡슐형 내시경 로봇과 혈관 속을 헤엄치는 로봇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다빈치 로봇이 할 수 없는 신경외과·이비인후과·안과 수술용 미세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에는 코로 수술 도구가 들어 있는 관을 집어넣어 뇌종양을 제거하는 미세 수술 로봇을 공개했다. 척추 신경 성형술에도 미세 수술 로봇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2년 4월 전립선암 로봇 수술에 대한 국가보험을 적용한 이후 수술 로봇 도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가와사키중공업이나 파나소닉과 같은 기업들은 다빈치 로봇의 경쟁 제품으로 췌장 종양 제거와 같이 정밀 수술이 필요한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 2019년 임상 시험이 목표다. 나고야대학 마이크로나노시스템공학연구그룹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뇌 내부나 장기 깊은 곳을 수술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일본처럼 정부 통합 지원 기구 절실
그렇다면 국내 수술 로봇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정부의 종합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다빈치 수술 로봇이 성공하기까지 20여 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수술 로봇은 워낙 실패 위험이 높은 분야라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연구계, 학계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연구 초기 단계부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의료진과의 공동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개발과 허가, 보험 허용 등을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의료 분야 연구·개발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의료 기기와 로봇 연구·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로 담당하고, 사업화 보급을 위한 인·허가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 결과를 보급하는 데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일본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작년부터 문부과학성·후생성·경제산업성에서 각각 개발한 결과물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본 의료연구 개발기구'라는 독립 법인을 설치했다. 세 부처에서 개발한 기술을 일괄적으로 관리, 사업화하고 있다.
수술 로봇은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간호 로봇이나 약품 배송 로봇 등 병원에 도입되고 있는 다양한 로봇을 합치면 시장은 더 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올 초 전 세계 의료 로봇 시장이 2015년 42억달러(4조9600억원)에서 연평균 22%씩 성장해 2020년 114억달러(13조4700억원)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특유의 손재주를 로봇에 심어 대한민국이 세계 의료 로봇 시장의 선두 주자로 설 날을 기대한다.
제작 지원: NCSOFT
완전 자동화된 수술 로봇을 향한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의 켄 골드버그 교수는 STAR보다 더 유연한 자동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비결은 로봇이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의사의 수술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이미 MIT 로드니 브룩스 교수가 개발한 산업용 로봇 '백스터'에서 입증된 로봇 학습 방식이다. 사람의 경험과 로봇의 정밀함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업을 배울 때 로봇 혼자 반복하는 것보다 사람의 시범을 보고 따라 하는 쪽이 효율이 훨씬 높게 나왔다.
골드버그 교수는 중고 다빈치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2013년부터 중고 다빈치를 전 세계 대학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결과물은 서로 공유한다. 그러면 다빈치가 예전에 없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골드버그 교수는 "앞으로 10년 내 단순 수술은 완전 자동화된 로봇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이미 구글이 투자한 미국의 로봇 전문 회사 윌로 개러지가 'PR2' 로봇으로 입증한 방식이다. 회사는 두 팔을 가진 이 로봇을 MIT와 뮌헨 공대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실 20군데에 무료로 제공했다. 조건은 하나였다. PR2를 이용해 개발한 로봇 기술을 공유하는 것. 한쪽에서는 요리를 배우고, 다른 쪽에서는 빨래 개기를 배운다. 학습 결과는 인터넷으로 공유한다. 그러면 로봇이 동시에 두 가지 능력을 갖는다. 바로 인터넷에 정보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클라우드 로봇'이 되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도 수술 로봇에 적용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엄청난 양의 기보(棋譜)를 보고 스스로 바둑 원리를 터득했다. 이러한 기계 학습법이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술 로봇도 기계 학습을 할 수 있다. UC버클리 골드버그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연간 50만건씩 이뤄지는 다빈치 수술 데이터를 로봇끼리 공유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뇌 미세 수술용 연구 활발
우리나라는 수술 로봇 활용의 강국이다. 최근에는 국산 수술 로봇 개발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큐렉소·현대중공업·미래컴퍼니·고영테크놀로지 등의 기업에서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큐렉소는 2007년 미국 회사로부터 인공관절용 수술 로봇 로보닥(ROBODOC)을 인수해 2008년 FDA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삼성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신제품 '티솔루션원(TSolution one)'도 2014년 허가를 받았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와 유사한 복강경 수술 로봇 '레보아이(REVO-i)'를 개발했고, 고영테크놀로지에서는 3차원 검사 기술을 활용한 이비인후과·신경외과 수술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수술 로봇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KAIST는 내시경 형태의 수술 로봇을, 전남대는 캡슐형 내시경 로봇과 혈관 속을 헤엄치는 로봇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다빈치 로봇이 할 수 없는 신경외과·이비인후과·안과 수술용 미세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14년에는 코로 수술 도구가 들어 있는 관을 집어넣어 뇌종양을 제거하는 미세 수술 로봇을 공개했다. 척추 신경 성형술에도 미세 수술 로봇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2년 4월 전립선암 로봇 수술에 대한 국가보험을 적용한 이후 수술 로봇 도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가와사키중공업이나 파나소닉과 같은 기업들은 다빈치 로봇의 경쟁 제품으로 췌장 종양 제거와 같이 정밀 수술이 필요한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 2019년 임상 시험이 목표다. 나고야대학 마이크로나노시스템공학연구그룹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뇌 내부나 장기 깊은 곳을 수술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일본처럼 정부 통합 지원 기구 절실
그렇다면 국내 수술 로봇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정부의 종합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다빈치 수술 로봇이 성공하기까지 20여 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수술 로봇은 워낙 실패 위험이 높은 분야라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연구계, 학계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연구 초기 단계부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의료진과의 공동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개발과 허가, 보험 허용 등을 통합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의료 분야 연구·개발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의료 기기와 로봇 연구·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로 담당하고, 사업화 보급을 위한 인·허가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 결과를 보급하는 데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일본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작년부터 문부과학성·후생성·경제산업성에서 각각 개발한 결과물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본 의료연구 개발기구'라는 독립 법인을 설치했다. 세 부처에서 개발한 기술을 일괄적으로 관리, 사업화하고 있다.
수술 로봇은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간호 로봇이나 약품 배송 로봇 등 병원에 도입되고 있는
제작 지원: NCSOFT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5/20161125014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