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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삼겹살·목살은 안 판다는 돼지 고깃집의 정체
Marine Kim
2016. 12. 17. 14:13
Why] 껍데기·염통·볼살·막창… 꿀꺽, 김칫국부터 마셨다
- [정동현의 허름해서 오히려] 서울 상봉동 '봉일천 돼지부속'
고기를 한 번 뒤집느냐 두 번 뒤집느냐 따질 필요가 없다. 웬만한 고깃집에 가면 종업원이 다 해준다. 비싼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그렇다. 서비스가 추가되니 낮은 가격으로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자연스레 고기에 프리미엄을 붙인다. 제주도 흑돼지가 제일 흔한 곳이 제주도 아닌 서울 강남인 이유다. 고기를 추가로 숙성해 맛을 더했다는 곳도 있고, 심지어 스페인에서 도토리를 먹으며 방목해 키운 이베리코 돼지를 수입해 쓴다는 집도 생겼다.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서비스가 고도화된 것이니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시장이 성숙해졌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툰 가위질을 하며 "고기 뒤집으라"는 상사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으니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젠체하고 앉아 남이 구워준 값비싼 삼겹살을 먹으며 하하호호 하다 보면 때로 내가 아니라 남이 웃는 것처럼 어색하다. 간사하게도 몸이 편한 데는 쉽게 익숙해진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여도 누구 하나 집게 잡는 이가 없다. 그러나 얼마 전 상봉동 한 고깃집에서 나는 손아귀 힘이 풀릴 때까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웠다.
고깃집 이름은 '봉일천 돼지부속'. 말 그대로 삼겹살·목살이 아닌 돼지 부속 고기를 파는 곳이다. 이 집 메뉴판에 올라간 것들은 흔한 항정살과 껍데기부터 염통, 유통, 볼살, 막창, 감투, 갈매기살까지 삼겹살 빼고 돼지 부위는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것저것 골고루 섞어 놓은 모둠(1만6000원·600g)이 있으니 굳이 골치 아플 필요는 없다.
귀 떨어지게 찬 바람 불던 그날 적당히 머릿수에 맞춰 모둠을 시켜 놓고 자리에 앉아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런데 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뜨뜻미지근한 김칫국이 맺힌 것도 없는 속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맵지도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모호한 국물이었다. 그리고 나서 큰 양푼에 고기가 담겨 나왔다. 많이 보던 껍데기, 부들부들하니 넓게 퍼진 것이 유선 조직이 있는 유통, 가느다랗고 길게 잘린 것이 갈매기살, 볼록하니 통통한 것이 볼살이었다. 고기가 왔으니 구워야 하는데 부속 고기 굽는 것은 꽤 고난도다. 부위별로 굽는 시간이 다르고 살짝 양념이 돼 있어 타기도 쉽다. 매의 눈으로 고기 하나하나 제각각 타이밍을 잡았다. 불꽃이 튀고 연기가 올라왔다. 껍데기는 딱딱 소리를 내며 튀어 올라왔다.
고기에 섞여 나온 대파는 도시락 통에 따로 익혀 단맛을 내고 고기는 살짝 그슬릴 정도로 구웠다. 각각의 부위는 고소하고 기름지며 감칠맛이 났다. 그 맛이 하나같기도 했고 다 다르기도 했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손아귀가 아파 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괜히 생색을 내며 '고기 잘 굽는다'는 칭찬을 노골적으로 바랐다. 기실 이 집에서 가장 수고하는 사람은 주인장 내외다. 돼지 부속 고깃집이 많지 않은 이유는 부위 손질하는 일이 힘들기 때문이다. 몸이 작고 손이 빠른 내외는 아침부터 언 몸으로 그 많은 고기를 일일이 다듬어 싼값에 내놓는다. 비싸지 않아 정겹고 절대로 싼 맛이 아닌 그 고기에 나는 합당한 수고를 들였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언 몸은 시나브로 녹아내렸다. 그리고 웃고 또 웃었다. 그 소리는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툰 가위질을 하며 "고기 뒤집으라"는 상사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으니 몸도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젠체하고 앉아 남이 구워준 값비싼 삼겹살을 먹으며 하하호호 하다 보면 때로 내가 아니라 남이 웃는 것처럼 어색하다. 간사하게도 몸이 편한 데는 쉽게 익숙해진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여도 누구 하나 집게 잡는 이가 없다. 그러나 얼마 전 상봉동 한 고깃집에서 나는 손아귀 힘이 풀릴 때까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웠다.
고깃집 이름은 '봉일천 돼지부속'. 말 그대로 삼겹살·목살이 아닌 돼지 부속 고기를 파는 곳이다. 이 집 메뉴판에 올라간 것들은 흔한 항정살과 껍데기부터 염통, 유통, 볼살, 막창, 감투, 갈매기살까지 삼겹살 빼고 돼지 부위는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것저것 골고루 섞어 놓은 모둠(1만6000원·600g)이 있으니 굳이 골치 아플 필요는 없다.
귀 떨어지게 찬 바람 불던 그날 적당히 머릿수에 맞춰 모둠을 시켜 놓고 자리에 앉아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런데 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뜨뜻미지근한 김칫국이 맺힌 것도 없는 속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맵지도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모호한 국물이었다. 그리고 나서 큰 양푼에 고기가 담겨 나왔다. 많이 보던 껍데기, 부들부들하니 넓게 퍼진 것이 유선 조직이 있는 유통, 가느다랗고 길게 잘린 것이 갈매기살, 볼록하니 통통한 것이 볼살이었다. 고기가 왔으니 구워야 하는데 부속 고기 굽는 것은 꽤 고난도다. 부위별로 굽는 시간이 다르고 살짝 양념이 돼 있어 타기도 쉽다. 매의 눈으로 고기 하나하나 제각각 타이밍을 잡았다. 불꽃이 튀고 연기가 올라왔다. 껍데기는 딱딱 소리를 내며 튀어 올라왔다.
고기에 섞여 나온 대파는 도시락 통에 따로 익혀 단맛을 내고 고기는 살짝 그슬릴 정도로 구웠다. 각각의 부위는 고소하고 기름지며 감칠맛이 났다. 그 맛이 하나같기도 했고 다 다르기도 했다. 고기가 익어갈수록 손아귀가 아파 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괜히 생색을 내며 '고기 잘 굽는다'는 칭찬을 노골적으로 바랐다. 기실 이 집에서 가장 수고하는 사람은 주인장 내외다. 돼지 부속 고깃집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6/20161216015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