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밀과 가라지.’ 성경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내용입니다. 마태오 복음만이 전하는 이 비유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비유의 의미는 예수님의 설명으로 명확해집니다. 밭은 세상이며,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 좋은 씨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반면에 원수는 가라지를 뿌리고, 가라지는 악한 자의 자녀들입니다.
종들이 묻습니다. “가라지들을 거두어 낼까요?” 그러나 주인은 수확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수확은 종말을 나타내는 비유인데, 특히 종말에 있을 심판을 나타냅니다. 주인은 그때까지 밀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도록 둡니다.
오늘 복음은 밀이나 가라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비유는 주인의 자비, 곧 하느님의 자비를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종말은 오지 않았고 지금 우리는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확 때까지 기다리는 주인은 자비로운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우리의 행실에 따라 심판하시는 분이 아니시라 심판을 미루시는,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인 지혜서는 말합니다. “의인은 인자해야 함을 당신 백성에게 가르치시고, 지은 죄에 대하여 회개할 기회를 주신다는 희망을 당신의 자녀들에게 안겨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지금 우리에게 가능성의 시간을 주십니다. ‘아직’ 죄를 뉘우치고 회개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종말 때까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나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주어집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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