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든 외교팀 인선…북·미 담판 전략 잊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0.11.28 00:21 | 713호 30면 지면보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의 외교·안보 핵심 인선이 발표된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방한했다. 바이든 승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새판짜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상향식 결정 중요시하는 외교 투톱 등장
도쿄 올림픽 때 북·미 정상회담 비현실적
왕이 방한…미·중 갈등에 국익이 최우선
지난 24일(현지시간) 바이든이 직접 발표한 첫 인선의 백미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한 것이었다. 외교 정책의 투톱인 두 사람은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한다. 또 바이든처럼 정통적인 외교 방식을 선호해 원맨쇼 스타일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미 외교가 확 달라질 게 틀림없다.
특히 블링컨·설리번의 지명은 미국은 물론 한국의 대북 정책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입장은 물샐 틈 없는 대북 제재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블링컨은 강력한 국제 제재를 통해 이란 핵 협상을 성공시킨 바 있다. 그가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는 또 지난 9월 TV 대담에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폭군’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게다가 바이든은 실무자들의 의견과 사전 협상을 중시하는 상향식 의사 결정을 선호한다. 트럼프처럼 김정은을 만나 즉석에서 담판 지으려 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려면 곧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결단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 북한이 김일성 시절부터 가장 원했던 것이 북·미 관계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뤄져야 북한은 국제사회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 간 담판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 했던 문재인식 대북 전략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담판 외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얼마 전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 내년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을 초청하자고 제안했다. 도쿄에서 남북한 및 미·일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일장춘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간 바이든은 “우리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진정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그동안처럼 원하는 것을 얻으면 또다시 도발하는 북한의 태도는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북한이 가시적이고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라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대북 정책 수정뿐이 아니다. 바야흐로 격화될 미·중 간 갈등도 발등에 떨어질 불이다.
미 대선 기간 중 바이든 캠프는 중국이 패권국으로 행세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호주 등 전통적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조만간 현실화하면 한·중 간 마찰도 피하긴 어렵다.
이런 터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뤄진 왕이의 방한에는 중국 편에 서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수망상조(守望相助·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응한다)라는 사자성어를 써가며 한·중 간의 친밀함을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왕이는 미·중 간 갈등에 관한 질문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결기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우리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한쪽 편만 들 수는 없는 처지다. 그때그때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처신하는 게 옳다. 그러고는 서운해할 쪽에 충분히 설명해 납득시키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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