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나라 안에선 제왕, 밖에 나가면 왕따
제왕처럼 군림하며
밖을 보지 않는
운동권 정권의
자폐적 세계관이
대한민국 진로를
고립의 방향으로
역주행시키고 있다
입력 2021.01.15 03:20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017년 12월 중국 국빈 방문 중 베이징의 현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3박 4일 일정의 10끼 식사 중 8끼를 우리 측 인사들과 해결해 '혼밥' 논란을 빚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서 최대 의문점은 백신 미스터리다. 모든 선진국, 동남아 국가들까지 백신 조기 확보에 성공했는데 왜 우리는 늦었을까. 세금 낭비를 두려워 않는 문정부가 백신 선구매엔 왜 그토록 인색했을까. 따져 묻는 야당 의원들에게 정세균 총리는 “(백신 확보한)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남의 나라 하는 게 뭐가 중요하냐”며 격하게 반응했다.
정 총리 말에 힌트가 담겨 있었다. 다른 나라 동향이 중요하지 않다니, 결국 이것 때문이었다. 문 정부는 바깥 돌아가는 상황에 눈감고 있었다. 백신 확보전이 다른 나라와의 ‘정부 간 경쟁' 임을 몰랐던 모양이다. 한정된 백신 물량을 선점하려면 남보다 빨리, 더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유럽이 총력전을 벌이고 이스라엘이 정보기관까지 동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 정부만 손놓고 있었다. 늘 하던 습관대로 기업 팔을 비틀면 백신을 내줄 거라 착각했을지 모른다.
문 정권의 4년 국정은 ‘내강외약(內强外弱)’으로 요약될 만하다. 나라 안에선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바깥 세상과는 ‘왕따’처럼 따로 돌고 있다. 근로자 사망 때 사실상 과실이 없어도 CEO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예다. 이 법을 강행한 정치권이 설명 못 하는 사실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법이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영국에 비슷한 규정이 있다 하지만, 영국도 법인에만 벌금형을 때릴 뿐이다. 구체적인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경영자 개인을, 그것도 징역형의 하한선까지 못 박아 처벌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산업사(史)에 남을 세계 최초의 입법례가 탄생했다.
다른 나라는 왜 ‘중대재해법’을 만들지 않을까. 엄중 처벌만으로 산업재해가 예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산업 안전 형량이 충분히 높은 나라다. 안전·보건·환경 규정 미준수나 사고를 이유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률이 63개, 벌칙 규정은 2555개에 달한다. 24세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법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김용균법’ 시행 후에도 안전사고는 줄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센 처벌을 때리고 강력한 규정을 만들어도 일선 현장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경영자를 감옥 보낸다고 해결될 일이었다면 그런 법은 이미 글로벌 표준이 돼있었을 것이다.
문 정부 국정은 전 세계와 따로 가는 ‘우리 식대로’가 특징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문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초유의 실험이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판이다. ‘마차가 말을 끄는’ 기적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규제만 퍼붓는 부동산 정책은 그 자체로도 세계적 화젯거리가 될 만하다. 공급 없이 집값 잡겠다는 정부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세금 만능주의, 관(官) 주도의 ‘큰 정부’ 노선, 민간 아닌 공공 위주 일자리 정책 등등이 모두 글로벌 트렌드와 역주행한다.
모든 정부가 자국 기업이 경쟁에 이기도록 돕는 정책을 편다. 문 정부는 거꾸로다.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 뒤에서 정부가 태클을 걸고 있다. 문 정부는 ‘기업 규제 3법’으로 다른 나라엔 없거나 지나치게 과격한 경영권 공격 수단을 도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고 비탄력적인 구조로 설계했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을 외국 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고, 저녁만 되면 연구소 불이 꺼지게 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시키려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국내 정치에 관한 한 문 정권은 탁월한 수완을 보여왔다. 정적(政敵)을 제거하고 권력기관을 사유화하고 대기업 군기를 잡고 선거에서 연전연승 했다. 그렇게 안에서 펄펄 나는 정권이 나라 밖에선 무능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 정부가 저지른 일련의 외교 참사는 알려진 대로다.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우방국 관계가 파탄 났다. 대북 전단법이 미 의회 청문회에 오르고, 북 인권 문제로 국제 수모를 당하고 있다. 미 국무장관이 일본까지 오면서 한국은 패싱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중국·북한 비위를 맞췄는데 대통령은 중국 가서 ‘혼밥’ 냉대를 당하고, 북한에서 “삶은 소대가리” 소리를 들었다.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각국 정상들 틈에서 외톨이로 겉도는 문 대통령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까울 지경이다. 글로벌 흐름에서 고립돼가는 국정 운영을 상징하는 듯 하다.
운동권의 두뇌엔 ‘자폐 DNA’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중국에 문화혁명 피바람이 불어도, 소련이 붕괴해도 한사코 눈감던 이들이 정권 핵심부에 포진해있다. “남의 나라 하는 게 왜 중요하냐”는 말은 ‘우리 식대로’ 노선을 실토한 것에 다름 아니다. 밖을 보지 않는 운동권 정권의 자폐적 세계관이 국가 진로를 역주행시키고 대한민국을 고립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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