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金 도보다리 회담 17일뒤, 산업부 ‘北원전 문건’ 만들었다
입력 2021.01.29 21:20
산업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전날 밤 급하게 삭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파일은 모두 17개다. 이 파일들의 작성 시기는 2018년 5월 2일부터 15일까지로,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과 2차 정상회담(5월 26일) 사이였다.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 건설 문제가 다뤄졌고, 회담 직후 산업부가 이를 구체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는 “혹세무민” “북풍 공작”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7건 모두 4·27 회담 직후 작성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삭제된 파일은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1.hwp’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PDF’ 등이다. 파일 복원 결과 이들 파일이 담긴 폴더는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pohjois’(뽀요이스), ‘북한 원전 추진’의 약자인 ‘북원추’ 등이었다. 작성 시기가 가장 이른 것은 2018년 5월 2일로 4·27 판문점 회담 닷새 뒤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남북, 미·북 간 연쇄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정부가 북측에 비핵화를 설득하는 인센티브로 원전 건설을 검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대 6자회담 등 주요 비핵화 담판 때마다 비핵화의 대가로 경수로 원전 건설과 에너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삭제된 파일 가운데 ‘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 ‘경수로 백서’ 등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꾸렸던 국제기구다. 북한 경수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부활시키거나 유사 계획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직 정부 관리는 “실제 한·미의 북한 비핵화 시나리오 중에 남한에서 생산한 전기를 북한에 송전해주거나 경수로 원전을 건설해주는 방안이 들어있다”며 “우리 측이 4·27 회담에서 이 계획을 북측에 설명하고, 회담 직후 실무 부서인 산업부에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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