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反日몰이 文이 돌연 “과거사 발목 안돼” 이것도 외교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1.03.02 03:24 | 수정 2021.03.02 03:24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한일 관계 파국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4년 동안 마치 나라가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반일 몰이, 토착왜구 몰이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1절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9년에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했다. 이런 말을 한 사람과 지금의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 같다. 이 정권은 한일 문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얘기하면 바로 ‘토착왜구’로 몰았다. 청와대 참모들까지 나서 ‘죽창가’를 거론하며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친일파' 공격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한다. 과거를 이용하려고 미래를 막은 세력이 누군가. 문 대통령의 이중성은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무슨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 대책 없이 한일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한 다음 대통령 말과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대통령 스스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중대한 흠결이 확인됐다” “새롭게 협상을 해야 한다”고 파기해 놓고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루아침에 180도 뒤집을 때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말을 뒤집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도 없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한국을 어떻게 보겠나. 이것도 외교인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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