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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살았던 삼성동 사저로

Marine Kim 2017. 3. 11. 08:10

23년 살았던 삼성동 사저로…

[朴대통령 탄핵]

상자 등 짐부터 옮기기 시작
주민들 "4년전에 잘 다녀오시라고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私邸) 앞 골목길은 주민과 취재진 200여명으로 붐볐다. 하루 종일 탄핵 찬반으로 입장이 갈린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55분쯤부터 청와대 경호실과 총무비서관실 직원 14명이 경호 용품과 박 전 대통령의 물품으로 보이는 상자들 및 책장 등을 사저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사저에 대한 사전 점검도 진행했다. 사저는 현재 보일러가 고장 났고 인터넷도 끊겨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나와 (다른 곳이 아닌) 삼성동으로 오긴 오는구나"라고 했다. 이날 경찰은 5개 중대 약 350명을 사저 근처에 배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 전 대통령 사저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짐으로 보이는 가방을 옮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박 전 대통령 사저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짐으로 보이는 가방을 옮기고 있다. /남강호 기자

삼성동 주민 임모(62)씨는 "4년 전에 잘 다녀오시라고 바로 여기서 환호했는데…"라고 흐느끼며 "어쩌다가 나쁜 사람을 만나서 이렇게 됐는지,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서 시위를 하다 분을 못 이겨 사저 앞으로 모여든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 회원 13명은 돗자리를 펴고 "대통령이 오늘 안 온다는 얘기도 있지만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8시쯤 탄핵을 지지하는 한 시민과 잠시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던 김모(31)씨는 "헌재에서 당연한 결과가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며 "동료들과 사저 구경을 나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정모(35)씨는 어 린 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이날이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다시 설명해주기 위해서 기념사진을 남기러 왔다"고 했다.

갑자기 몰려든 인파에 사저 바로 옆에 있는 삼릉초등학교에는 '안전 비상'이 걸렸다. 이 학교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 10명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학생들의 등굣길을 안내했고, 오후에는 이례적으로 하교 안내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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