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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돈봉투 만찬 감찰하라"

Marine Kim 2017. 5. 18. 07:30

文대통령 "돈봉투 만찬 감찰하라"

"文대통령이 생각하는 최고 巨惡은 검찰"

중앙지검장과 '수사대상' 검찰국장 지난달 만찬
70만~100만원 격려금도… 靑 "특수활동비 조사"
법조계 "文대통령 의지 담긴 검찰 개혁의 신호탄"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청에 각각 감찰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검찰 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이 지검장과 안 국장 간의 소위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며 "당시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및 적법 처리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의혹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 지검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안 국장 및 휘하 간부들과 함께 지난달 21일 격려금을 주고받으며 식사 자리를 했다는 것으로, 지난 15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윤 수석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엄정히 조사하여 공직 기강을 세우고 청탁금지법 등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이 원래 용도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조사돼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이번 사건에 그치지 않고 검찰 지휘부들이 사용한 공금들에 대한 전반적인 감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병우 수사’ 종결 직후 만찬 회동한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 - 지난달 21일 이른바 ‘돈봉투 만찬’에 참석했던 이영렬(왼쪽)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지검장과 특수본 수사 관계자 등 7명은 안 국장 등 검찰국 간부 3명과 저녁 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서로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법무부와 검찰청에 이 사건을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우병우 수사’ 종결 직후 만찬 회동한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 - 지난달 21일 이른바 ‘돈봉투 만찬’에 참석했던 이영렬(왼쪽)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지검장과 특수본 수사 관계자 등 7명은 안 국장 등 검찰국 간부 3명과 저녁 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서로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법무부와 검찰청에 이 사건을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박상훈 기자·연합뉴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감찰 지시를 '검찰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감찰 지시를 내리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문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법무부나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감찰에 착수했다면 대통령이 굳이 감찰 지시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감찰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은 2011년 검찰 개혁과 관련한 책('검찰을 생각한다')을 펴낼 만큼 이 분야 전문가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상당한 강도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그의 죽음을 겪으며 한층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아마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러 적폐 중 최고 거악(巨惡)은 검찰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회에서 검찰 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참여정부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고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번에는 정권 초기부터 국민 염원에 힘입어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및 검찰권의 분산과 견제다. 이를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검사징계위원회와 감찰위원회의 위상 강화 등 검찰 감시 시스템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이번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서도 감찰 결과에 따라서는 실효성 있는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구실로 지난 정부 검찰 인맥을 솎아내고 검사들에 게 새 정부에 줄 서기를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직접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협의해 신속하게 감찰 계획을 수립한 후 법과 절차에 따라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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