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강등·정직·감봉이 적당"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파면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나 전 기획관이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비위에 비해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나 전 기획관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 한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나 전 기획관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나 전 기획관의 파면이 결정됐다.
중앙징계위는 당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점, 고위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한 점 등을 고려해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내린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나 전 기획관은 징계 결정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나 전 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 지위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그 발언이 기사화돼 공무원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고 국민들의 공분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들이 그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녹음까지 하는 상황이었으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정정했어야 한다”며 “관련 기사가 가판 신문에 나온 것을 알고도 보도를 막지 못한 책임도 전혀 없지 않다”고 했다. 나 전 기획관이 사태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파면 처분은 교육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나 전 기획관 비위 행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나 전 기획관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기자들과 논쟁했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진 않았지만 기사의 내용과 같은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면 처분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징계 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라며 “나 전 기획관의 행위가 중과실로 평가될 수
공무원 징계규정상 파면 처분은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내리게 돼 있다. 다른 경우는 강등·정직·감봉 징계에 처해진다.
나 전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비서관과 대학지원과장,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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