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5.16 13:00
무명이던 임영웅 실력 알아본 포천시 공무원들
시 행사때마다 초대가수 부르고 홍보
미스터 트롯 경연 때도 '포천의 아들' 밀어
경쟁자들이 "시에서 왜 나서냐" 민원도
포천시 "포천의 아들 밀어준 보람"
지난 1월 초 포천시청 소셜미디어에 “포천시 홍보대사 임영웅,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금은 국민 스타가 된 임영웅(30)씨가 지금처럼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막 시작했을 때다. 당시 포천시 공무원들은 만나는 기자마다 손 붙잡고 “임영웅 이름 석 자만 기억해달라”고 읍소했다. 기자들이 “누군데 이렇게 발 벗고 도와주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포천의 아들입니다.”
임씨는 지난 3월 미스터트롯에서 1등을 차지하며 국민스타로 떴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름 좀 기억해달라”고 부탁해야할 무명 가수였다. ‘15만 소도시 포천에서 노래 좀 한다는 주민’ 중 하나였다. 포천은 임씨가 초·중·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임씨는 무명시절 수년간 포천의 크고 작은 무대를 찾아다니며 실력을 쌓아왔다.
그런 임영웅의 밑바닥 매니저로 나선 것이 포천시청 공무원들이었다. 2015년 포천 시민가요제 최우수상, 2016년 KBS 전국노래자랑 포천편 최우수상 등 포천시 담당 행사에서 임씨가 입상하며 공무원 사이에서는 “소흘 사는 젊은 청년의 노래 솜씨가 기가 막힌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장에서 임씨를 눈여겨 본 7~8급 실무자들은 틈날 때마다 주관 행사에 임씨를 초대 가수로 섭외했다. 포천시민축제한마당, 영중면 열린음악회, 사랑의 밥차, 산정호수 억새꽃축제, 산정호수 윈터 페스타 등 다양하다. 포천시 간부에게까지 소문이 금세 퍼졌다. 일부는 임씨 무대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초대가수로 부르자”고 했다. 마피아 네트워크보다 질기고 막강한 공무원 네트워크를 타고 임씨는 포천의 모든 행사를 도는 ‘공무원의 아이돌’로 떴다.
임씨의 팬클럽 ‘영웅시대’ 초창기 멤버인 송이선씨가 임씨를 처음 본 것은 2014년 10월 포천 농산물 한마당 축제때였다. 포천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 주최한 행사다. 송씨는 분위기를 돋우는 임씨의 노래 솜씨에 반해 열혈팬이 됐다. 임씨의 팬이 불과 50명 수준이던 시절이다. 송씨는 “무명 가수에게 무대 경험이 가장 중요한데, 많은 포천 행사를 통해 영웅이의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며 “행사에 뛴 횟수만큼 영웅이의 팬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임씨 팬클럽 회원은 약 3000명, 지금은 8만6000여명으로 급증했다.
포천시는 가수 유현상, 요리사 강레오 등과 함께 임씨를 2019년 7월 시 홍보대사에 임명했다. 다른 홍보대사들은 공중파 등 방송에 많이 노출됐던 반면 달리 임씨는 방송 경력이 전혀 없는 무명이었다. 당시 홍보대사 섭외담당 7급 홍숙영 주무관은 “임영웅씨는 우리 사이에서 이미 연예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윤국 포천시장은 “노래도 잘하지만 인품도 훌륭하다는 주변의 평이 자자했다”며 “이런 지역 인재를 전국에 이름을 알리는데 포천시가 팬클럽 역할을 해야겠다 마음먹어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씨도 자신을 ‘포천의 아들’이라 소개한다. 최근 종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포천의 아들이 전국의 아들이 될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인사하고 다닌다”고 말할 정도다. 임씨 매니저인 백승학 대표는 “영웅이는 늘 항상 포천시에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 홍보대사가 미스터트롯에 출전한다고 알려졌을 때 박윤국 시장부터 말단 수습 공무원까지 시청직원 약 1000명이 똘똘 뭉쳐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다른 후보와 경쟁이 한창이던 본선 경연 당시 시청 내부 게시판에는 “우리시 홍보대사 임영웅을 응원하자”는 공지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박 시장은 본 방송을 앞둔 수·목요일 간부회의 때마다 “홍보대사가 잘돼야 포천이 잘된다”고 전파하며 ‘임영웅 띄우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시내 곳곳에 ‘포천시가 함께 응원한다’ 등 각종 현수막을 내걸며 15만 시민이 뭉쳐 임씨를 지지하길 호소했다. 여러 소셜미디어에 시민 응원 릴레이 영상을 올렸다. 장새롬 포천시 홍보기획팀 주무관은 “처음에는 ‘임영웅이 될까’ 반신반의했는데 매회 거듭할수록 선전하는 모습에 신이 났다”며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문자 폭탄을 날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았다. 본선 경쟁이 치열했을 경연 막바지 무렵 다른 후보였던 영탁(2위), 이찬원(3위), 김호중(4위) 등 전국 각지의 팬들이 민원실로 항의 전화했다. “관공서에서 왜 특정 후보만 홍보하고 밀어주느냐” “다른 후보를 배척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임영웅이 포천시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등 따져 물었다. 이 때문에 포천시는 “우리 시 홍보대사라 돕는 것일 뿐이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반면 포천시민이나 임씨의 팬들로부터도 다른 항의전화도 이어졌다. “홍보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소극적이다” “홍보 예산을 이런 데 더욱 몰아 써야지 어디에 쓰느냐” “영웅이가 경연 탈락하면 포천시 책임” 등 따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포천시가 “관공서라 중립 입장을 지켜가며 홍보해야 한다”고 달랬다.
포천시는 국민스타가 된 임씨의 모습에 마치 같은 가족이 잘 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6/2020051600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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