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묵

복음서가 전하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는 보통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됩

Marine Kim 2020. 7. 1. 22:39

오늘의 묵상

복음서가 전하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는 보통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예수님께서 이루실 구원 업적에 대한 예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치유하시는 기적을 통하여 현실의 삶에서 고통당하는 이들을 해방하실 것을 미리 보여 주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결국 병자의 치유는 우리를 해방시키신 예수님의 구원 업적을 기억하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치유 이야기 안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신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상황에서 고칠 수 없었던 병자들을 치유하십니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아니면 오늘 복음에서처럼 악령이나 마귀에 의한 것이든, 손쓸 수 없는 이들의 병을 고쳐 주십니다. 이것으로도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능가하는 힘과 능력을 지니신 분으로 드러나지만, 오늘 복음은 아주 뚜렷하게 마귀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밝혀 줍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마귀의 외침은 마치 훌륭한 신앙 고백처럼 들립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몰랐지만 이미 마귀는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고백에도 고을의 주민들은 두려움에 차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치 마귀의 고백을 통하여 그분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고백하고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