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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라는데, 왜이렇게 오르죠? 터미네이터 증시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Marine Kim 2020. 7. 5. 22:18

입력 2020.07.05 21:19

세계 경제 침체라는데, 각국 증시는 치솟는다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천문학적 유동성(자금)이 주식과 원자재 등 자산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3일 코스피지수는 2152.41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3월 19일 1457.64)보다 47.6% 상승한 것이다. /뉴시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지만, 실물 경제의 거울인 증시는 전혀 딴판으로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4일(현지 시각) 21만명을 넘어서면서 일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세계 증시 상황만 보면 전염병 충격은 완전히 벗어난 듯하다. 47국의 증시를 추종하는 MSCI 전 세계 지수는 올해 연중 최저점(3월 23일) 대비 39% 상승하면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영국 애버딘스탠더드운용의 제임스 애티 매니저는 "코로나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증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글로벌 증시는 어떤 악재도 꺾지 못하는 불사조(不死鳥) 같다"고 말했다.

◇경기와 증시 따로 노는 코로나 미스터리

최근 성장·소비·고용 등 실물 경기와 관련된 경기지표는 나올 때마다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달 만에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4.9%로 제시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다. 한국 코스피 주요 상장사들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예상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3%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올 2분기 주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 건수는 평균 30% 이상, 많게는 절반 가까이 감소해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지 않다는 전망은 계속 나오지만, 증시는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1만 선을 돌파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미국 다우지수는 33년 만에 분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서프라이즈 행진이다. 미국 월가에선 그 무엇도 강세장 흐름을 꺾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터미네이터 랠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막대한 유동성이 부추기는 패닉바잉

증시가 죽음의 골짜기를 빠르게 탈출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 속 막대한 유동성의 힘을 꼽는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푼 유동성(돈)은 약 8조달러로, 1경(京)원에 육박한다. 1경원은 한국인 5000만명이 1인당 2억원씩 받을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풀린 유동성이 제대로 회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대거 나오자,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한 전 세계 개미 군단이 베팅에 나섰다. 올해 전 세계 증시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작년 대비 47% 증가한 738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쏟아져 나온 유동성이 '다 버는데 나만 못 벌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맞물리면서 자산시장에서 패닉바잉(사재기)을 부추긴 것이다.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금값도 상승 곡선이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하면서 8년래 최고치를 찍는 등 초강세다. 올해 연중 최저점과 비교하면 21% 올랐다.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도 올해 최저점 대비 24% 상승했다.

주가가 뜨겁게 불타오를수록 버블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가 수준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펀드매니저는 전체 응답자의 80%에 달해, 1998년 조사 시작 이후 최대치였다. 기업 실적이 줄어들어 경기 하강 움직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만 자산 가격이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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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5/20200705019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