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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민주당 女의원들 향해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김은경 기자

Marine Kim 2020. 7. 13. 15:21

입력 2020.07.12 23:16 | 수정 2020.07.12 23:27

보수 진영 사건 때와 달리 침묵 '이중적 태도' 지적
"안희정 모친상 때 예고된 사고…윤리 기준 무너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을 향해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연합뉴스

진 교수는 12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지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이 "우리는 더 말하기가 필요하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연대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던 것을 거론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했을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여성 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서 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를 응원하고, 용기 있는 고백을 한 성범죄 피해자에게 2·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 교수는 "이러더니 지금의 입장은, '우리까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며, 고백과 증언 그리고 폭로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행동과 움직임이 많이 우려된다'?"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당시 조직 내 성폭력을 폭로한 서 검사를 지지하며 “피해 여성과 연대할 것”이라고 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이었던 박 시장에 제기된 성폭력 의혹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이중적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2018년 1월 30일 당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왼쪽부터 권미혁, 진선미, 박경미, 남인순, 정춘숙, 송옥주, 유승희, 유은혜, 의재정 당시 국회의원./남인순 의원 페이스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인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10일 새벽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장례식장을 지켰지만, 성추행과 관련한 말은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인 정춘숙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1992년부터 함께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뭐라 말할 수 가 없다. 그저 눈물뿐"이라고만 적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한평생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故 박원순 시장님의 삶을 기리며 추모한다"며 "유족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다른 전·현직 여성 의원들도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백혜련 의원), "고인의 명예를 존중해드리는 게 도리"(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라며 성추행 의혹이나 피해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 "조국-윤미향-안희정-박원순, 무죄추정 원칙 세워 윤리적 곤경 회피"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는 "조국, 윤미향, 안희정, 박원순 등 윤리적 위기에 대처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코드에는 나름 일관성이 있다"며 "엉뚱하게 피의자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자기 편의 비위를 덮고, 그로 인한 윤리적 곤경을 피해가려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 워낙 시민사회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과 윤리의 기준에서 동떨어져 있다 보니, 매번 사달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진 전 교수는 "이들은 이를 반성해야 할 윤리적 상황이 아니라, 돌파해야 할 정치적 상황으로 본다"며 "사태를 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이 없고, 오직 자기들의 당리당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려 하니 매번 불필요한 충돌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어 "결국 오직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고 가겠다는 건데, 지지자들마저 모조리 거기에 동원되다 보니, 2차 가해 발생하고 전우용과 같은 망언도 나오는 것이다. 이번의 '관노' 발언도 그렇고…"라며 "그러니 매사에 나라가 두쪽으로 갈라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는 발상 자체가 실은 시민들 사이에서 보편적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걸 힘만 믿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했다.

◇“공사 구별 못 하는 대통령… 공화국이 친문 패밀리 사무로 전락”

진 전 교수는 전날엔 '박원순 조문' 논란에 대해 "이미 안희정 모친상 때 예고된 사고"라며 "언젠가 칼럼에서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는데 그때 말끔하게 개념적으로 정리했어야 했다"고 했다. 공적 추모와 사적 추모는 구별해야 하고, 조화를 보내야겠다면 공적 직함이 아니라 사적으로 보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그렇게 정리를 하고 넘어갔더라면, 이런 일로 다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나라가 두 쪽이 났다는 것은 곧 사회에서 누구나 합의하는 윤리의 보편적-객관적 기준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그걸 무너뜨린 것은 공사 구별을 못 하는 대통령 이하 현 정권"이라고 했다. 그는 "그 결과 공무라는 뜻을 가진 '공화국'이 친문·친여 패밀리의 사무로 전락해 버렸다"며 "장례의 형식은 사회의 보편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쪽으로 결정돼야 했다. 그렇게 안 하니 나라가 쪼개지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 페미니스트 셀럽 성추행 1호로 여성史에 기록될 것”

진 전 교수는 친여 성향의 역사학자 전우용씨의 트위터 글을 거론하며 "이 문제를 사회에서 이렇게 처리하면 아마도 같은 사건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저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씨는 전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박 시장)가 두 여성(아내와 딸)에게 가볍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안다. 그가 한 여성(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모른다"며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史)를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써 논란을 빚었다. 진 전 교수는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 셀럽(유명인) 성추행 1호이니 당연히 여성사에 기록되겠죠. 이걸 말이라고 하는지"라며 "당이나 지지자나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586운동권엔 “권력이 된 운동권, 어느새 잡놈 됐다… 그걸 인정해야”

진 전 교수는 586운동권 정치인들을 겨냥해 "학생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다 우리가 좋아서 한 거다. 누가 그거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누가 희생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며 "그냥 우리가 '옳다'고 생각해서, 내 삶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거 훈장으로 내세우지 말라"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고 뜨거운 맹세를 했죠? 그 맹세,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더군다나 운동이 '경력'이 되고 '권력'이 된 지금, 명예 타령하지 말라"며 "당신들 강남에 아파트 가졌잖아요. 인맥 활용해 자식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보냈잖아요. 운동해서 자식들 미국에 유학 보냈잖아요. 청와대, 지자체, 의회에 권력 가졌잖아요. 검찰도 가졌고, 곧 사법부도 가질 거잖아요"라며 "그 막강한 권력으로 부하직원들 성추행까지 하고 있잖아요. 이미 가질 건 가졌는데, 뭘 더 바라십니까"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 무슨 위대한 일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 당신들의 그 빌어먹을 업적, 이 사회는 넘치도록 보상해 드렸다"며 "'명예'를 버린 건 당신들 자신이다. 자신들이 내다버린 명예, 되돌려 달라고 사회에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나를 포함해 운동권, 그렇게 숭고하고 거룩하지 않다"며 "우리들도 어느새 잡놈이 됐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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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2/20200712017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