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묵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Marine Kim 2020. 7. 25. 23:21

오늘의 묵상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를 알려 주는 적절한 표현입니다. 질그릇은 글자 그대로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며 값지지 않은 평범한 그릇입니다. 그리고 질그릇은 쉽게 깨지고 부서질 수 있는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질그릇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 비유는 우리의 현실을, 인간이 지닌 나약함을 잘 보여 줍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간으로서 나약한 존재이지만 무엇보다 값진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께서 보여 주신 구원의 업적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힘이 없지만 우리 안에 담긴 보물을 통하여, 하느님의 힘을 통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말씀을 선포하고 구원을 향하여 갑니다.

복음은 제자들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의 나약함을, 인간적인 욕심과 생각들을 이겨 내도록 일깨워 줍니다. 세상은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이들을 다스리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높은 사람은 섬김을 받고 낮은 사람은 섬겨야 한다는 세상의 생각을 뒤집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임금으로 이 세상에 오셨지만,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신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을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바치신 분이십니다. 제자들과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세상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본받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두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힘을 통하여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아갑니다. 세상의 어려움과 우리의 나약하고 부족한 모습 역시 넘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보물 같은 하느님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