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특별감찰관 與野 흥정대상 아니다, 즉각 임명하라
동아일보 입력 2020-09-11 00:00수정 202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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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야당 측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 구성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하루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답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출범을 위해 야당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협상 제안인 셈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척결을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특별감찰관법을 제정해 유일한 청와대 감시기구로 신설됐던 특별감찰관은 4년째 기능마비 상태다. 2016년 8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충돌하면서 사퇴한 이후 1년 동안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해오다가 이 전 특별감찰관의 잔여 임기가 끝난 뒤엔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로 국회 추천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여당은 특별감찰관이 공수처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어왔으나 이는 맞지 않다. 공수처는 수사대상이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에다 판검사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광범위하다. 반면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감찰 대상이 대통령 주변 인사로 좁혀져 있고 감찰 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의뢰나 고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감찰관과 공수처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보는 게 타당하며, 대통령 주변 권력 감시에는 특별감찰관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존재 자체만으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실세들의 전횡을 막는 예방적 기능도 한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여야 간에 무슨 조건을 달거나 선후를 따지는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 특별감찰관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임자를 정하면 되는 일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가 뒤늦게 공수처 출범을 위해 협상카드로 쓰려는 건 꼼수일 뿐이다. 법 취지대로 여야는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대통령 주변을 매섭게 감시할 수 있는 후보자를 당장 추천하고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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