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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추경이 거듭될 때마다 낭비와 불신이 쌓이는가

Marine Kim 2020. 9. 11. 22:54

[사설] 왜 추경이 거듭될 때마다 낭비와 불신이 쌓이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0.09.11 00:04 |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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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하다. 정부가 나랏돈을 쓸 때마다 많은 사람이 갖는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방침을 정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4차 추경에서도 이런 염려는 기우로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과감하고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원칙도 없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방법으로 재정을 쏟아붓는 건 심각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피해 맞춤형 재난 지원은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재정상 어려움도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을 들여다보면 ‘맞춤형 지원’은 줄어들고, ‘재정상 어려움’은 어느 나라의 얘긴지 도대체 알 수 없다. 4차 추경의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 이하에 대해서는 ‘돌봄 쿠폰’, 13세 이상엔 ‘통신비’라는 명목으로 전 국민이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통신비에 대해선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댓글에는 “내 돈 쓰면서 무슨 위로냐”부터 “어차피 세금으로 낼 돈” “차라리 수해 지역에 집중하라”까지 비판이 더 많다.

정작 절망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실망감과 함께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별구직지원금’ ‘긴급 피해지원’ 등 온갖 명목으로 정부가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선정 기준과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스스로 신뢰를 잃고 불신을 자초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대응에 일회성 예산을 거듭 투입하는 바람에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1~4차에 걸쳐 66조80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올해 45%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수 활성화로 연결하지도 못하면서 재정 건전성만 악화했다는 얘기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식의 즉흥적 추경은 결국 재정만 축내고 국민 부담만 늘린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지율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나 선거·명절을 의식해 즉흥적으로 예산을 쓴다면 민생 안정은 물론 경제 회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지출은 피해야 한다. 국회가 철저히 걸러 주길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왜 추경이 거듭될 때마다 낭비와 불신이 쌓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