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가 이럴 줄 몰랐느냐’ 가면 벗은 文 정권 본모습
조선일보
입력 2020.11.04 03:26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어제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후보를 낼 수 있도록 개정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정치 개혁이라며 내놓았던 대국민 약속이지만 막상 자신들이 실천하게 되자 바로 폐기하고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고치겠다며 명분 삼아 실시한 전 당원 투표 참여자는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당헌에 ‘당원 투표는 전체 3분의 1 이상 투표와 과반 찬성’으로 확정토록 돼 있으니 요식 절차 투표조차 의결정족수에 못 미친다. 그러자 ‘투표는 단순 의견 수렴 절차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대국민 약속을 깬 민주당은 자기변명을 위해 야당과 미국까지 끌어들였다.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통령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야당은 왜 후보를 냈느냐" “미국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퇴했지만 공화당도 후보를 냈다”고 했다. 미국 공화당이나 야당은 ‘잘못 있으면 공천하지 않는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들은 국민을 속인 적이 없고 민주당은 국민을 속였다. 이 차이도 모른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국민도 사실은 시장 후보를 낼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걸 결단해서 현실화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무공천 약속을 깨뜨릴 거라고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았냐는 것이다. ‘정치 발전’이니 ‘개혁’이니 멋 부리고 연기했지만 실천하지 않을 것이란 걸 몰랐냐는 것이다. 사실 신 최고위원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동안 이 정권 사람들의 내로남불과 위선 행태를 너무 많이 봐왔기에 국민 대부분은 민주당과 정권이 ‘보궐선거 무공천’ 약속을 뒤집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당당히 가면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그럴 줄 몰랐냐’고까지 하니 말문이 막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면 속에 감춰진 이 정권의 본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 정권의 말과 행동은 늘 불일치했다. 겉과 속이 달랐고, 멋 부려 말하고선 책임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울산 선거 공작을 벌이고 불공정과 파렴치의 표상인 조국씨를 국민 반대에도 장관에 임명했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공무원은 뇌물을 받고도 조사를 빠져나가 영전했다. 남의 자식 문제에선 늘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만 자기 자식 문제에선 늘 특권과 반칙을 일삼았다.
‘협치’를 말해왔지만 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통과시키고,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더니 이제는 아예 적(敵)으로 간주한다. ‘국민통합·탕평인사’라면서 내 편이면 아무리 흠이 있어도 임명을 강행하고, 전 정권 뺨치는 낙하산 인사가 이어졌다.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라’더니 청와대 불법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켰고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들어 포위 공격한다.
온갖 좋은 말, 옳은 말, 선한 말을 다 했지만 그것은 모두 쇼였다. 그 선한 말들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문 대통령은 숨어버리고 대리인들이 나와 ‘우리가 그럴 줄 몰랐냐’면서 뒤집는다. 이렇게 해도 무조건 지지하는 자기편 국민이 많아 선거에서 이긴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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