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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에게 제왕 권력 준 대통령제, 미국만인가

Marine Kim 2020. 11. 12. 13:59

사이코패스에게 제왕 권력 준 대통령제, 미국만인가

[양상훈 칼럼]
대통령제는 수명 다한 치매 좀비 같은 제도
인터넷 愚衆정치와 만나 트럼프 현상 낳아
미국보다 더한 한국… 어떤 사이코패스 나올까

양상훈 주필

입력 2020.11.12 03:20

 

 

 

 

 

 

 

트럼프의 가까운 친척은 “어린 시절 우리는 트럼프를 사이코패스라고 불렀다”고 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기저귀 찬 어른’ 등 많은 별명이 있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 같다. 사이코패스는 ‘규율을 따르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충동적이다’ ‘공격적이다’ ‘무모하다’ ‘책임감이 없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도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등의 성격적 특징을 보이는데 트럼프는 거의 대부분에 해당된다.

2020년 3월 예스퍼 미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발언하고있다.트럼프는 현지시각 지난 9일 트위터메시지로 예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했다./EPA 연합뉴스

트럼프는 미국과 세계의 규율을 파괴했다. 대통령 4년 동안 1만번이 넘는 거짓말을 했다. 지금도 매일 하고 있다. 보통 거짓말은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일을 속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누구나 거짓인 줄 아는 거짓말을 태연히 한다. 이것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너무나 충동적이고 무책임하다. 김정은과 벌인 리얼리티 쇼 영상을 다시 보면 저토록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에게 우리 안보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한·미 연합 훈련을 돈 많이 든다며 즉흥적으로 없앴다. 국방장관도 몰랐다. 한국에는 갑자기 방위비 5배를 내라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도 자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우쭐댄다.

미국은 세계인의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럴 자격이 있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4년 전 사이코패스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때는 미국민이 트럼프를 잘 몰랐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4년을 보고서도 무려 7100만표를 주었다. 바이든 당선보다 더 놀라운 일이 사이코패스를 지지한 미국민이 절반에 가깝다는 이 사실이다.

사이코패스 대통령은 우연한 해프닝이 아니다. 물론 트럼프 현상의 바탕엔 세계화와 IT 경제에 따른 사회 양극화, 인구 비율이 줄어드는 백인들의 초조함이 있다. 그러나 단 두 정당이 ‘대통령’이라는 현대판 왕좌를 두고 쉬지도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대통령제의 근본적 문제가 심각하다.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는데도 죽지 않고 있다. 치매이자 좀비다. 4년 전 트럼프는 국민투표에선 지고도 대통령이 됐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은데도 제멋대로 왕(王) 같은 권력을 휘둘렀다. 승자 독식의 대통령이란 자리 자체가 그렇다. 내각제 총리도 이상한 사람들이 있지만 대통령 같은 권력이 없다. 트럼프 반대편에선 이를 갈았다. 이번에 진 트럼프 지지자들도 또 이를 갈 것이다. 나라에 사리분별이 설 자리가 없다.

인터넷 소셜미디어라는 우중(愚衆)정치의 강력한 도구도 트럼프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엔 트럼프 같은 사람의 거짓말과 황당 언행은 언론에 의해 검증되고 걸러졌다.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大衆)에게로 직행한다. 대중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인은 외면하고 리얼리티 쇼 같은 트럼프의 언행에 열광한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는 오물이 정화조를 거치지 않고 강물로 직행하는 것과 같다.

 

 

한때 소셜미디어는 민주 정치를 더 발전시킬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다. 사실(事實)은 힘을 잃고 충동과 재미, 자극이 득세한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이라는 심각한 사건은 아는 사람이 드물고 야당 대표가 사찰에 육포를 보낸 실수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게 소셜미디어 정치다. 국민은 통합이 아니라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고 있다. 반으로 갈라진 국민은 자기 편의 모든 잘못에 눈감는다. 트럼프가 얻은 47.6%의 표가 그 결과다. 문재인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이상의 사이코패스도 포퓰리즘 정책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편 가르기를 잘하면 50% 안팎을 득표할 수 있다.

승자 독식 대통령제, 죽기 살기 양당제, 국민 우중화 소셜미디어가 결합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만의 일인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왕이라면 한국 대통령은 그 이상의 ‘지존’이다. 두 당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도 미국을 능가한다. 한국의 소셜미디어 정치 기술은 세계 최고일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 왕국이자 소셜미디어 왕국이지만 이를 바꿀 방법이 없다. 국민이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데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사이코패스의 ‘자질’을 가진 정치인들이 이미 등장했고 등장할 예정이다. 이들은 트럼프처럼 노골적이지 않다. 가면을 쓰고 있고 쇼에 능하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비뚤어져 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정도 이상의 적대감을 품고 있다.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신들에게는 관대하다. 자기편의 승리와 이익이 나라의 장래보다 우선이다. 거짓말을 연극 대사처럼 하고 탄로 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강변과 역공으로 눈을 부라린다. 오기와 아집 덩어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전혀 다르다. 이 모든 것에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한다.

트럼프는 시리아 철군이라는 중대한 군사·외교 조치를 합참의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트위터로 먼저 날렸다. 한국에도 이런 대통령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임박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