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본사 3국으로” “한국 떠나겠다”…이재용 옥중회견문은 가짜
입력 2021.01.21 11:56
“그룹 본사 제3국으로 옮기겠습니다.” “에버랜드 무료로 개방하겠습니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나려고 생각합니다.” “사면이란 구걸은 않겠습니다.”
지난 18일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런 내용이 담긴 ‘옥중(獄中) 특별 회견문’을 작성했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21일 “이 부회장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접견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포된 게시물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부터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에서는 “이재용입니다”로 시작하는 ‘옥중 특별 회견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원고지 10.3장, 1274자(字) 분량이다. 다만, 띄어쓰기 등 여러 군데에서 문법적 오류가 있고, ‘에버랜드 무료 개방’과 같은 내용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져 애초부터 이글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문제의 게시글을 보면, 이 글의 주체로 적시된 ‘이재용’은 “먼저 삼성을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 올바른 처신을 하지 못한 저의 불찰에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하면서도 자신에게 내려진 양형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경영권 승계 문제는 결론적으로 잘못됐다면 할 말이 없다. 제가 구상한 일도 아니고, 추진한 일도 아니다”라며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고 보니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당시의 법으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국위 선양과 납세와 고용 창출과 신제품 개발로 국가에 대한 보답(報答)은 할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의로 결정한 일들이라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겠지만, 저로서는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게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간 다른 기업들의 승계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오십보 백보일 것” “유독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연관시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에서 80억이 돈 입니까? 제가 개인돈으로 지원했어도 뇌물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한국에서 경영하기는 너무 힘든 것 같다. 두 번 다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게 대한민국”이라며 “이제 이 나라를 떠나려고 생각한다. 제가 받은 형기 다 채우겠다. 사면 구걸은 않겠다”고 했다. 그룹 본사를 기업 친화적인 제3국으로 이전해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울 것이고, 에버랜드는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고, 변호인을 통해 밝힌 메시지가 진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21일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의 첫 옥중 메시지였다.
이 부회장은 앞서 작년 12월 30일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도 “모두가 철저하게 준법감시의 틀 안에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 책임지고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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