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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후보들, 헛짚은 부동산 공약

Marine Kim 2021. 7. 26. 14:46

오피니언기자의 시각

與후보들, 헛짚은 부동산 공약

[기자의 시각]

김은중 기자

입력 2021.07.26 03:00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오력충(蟲·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말)’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천연기념물’이 됐다고 한다. “부모 도움 없이 반지하부터 시작해 내 힘으로 번듯한 아파트 장만했다”는 서사가 사라진 이유는? 노력으로 메울 수 없을 만큼 폭등한 집값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들어간들 내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시대가 됐다. 2030세대가 “인생은 수저 색깔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게임이 됐다”고 자조하는데, 면전에서 노력 운운할 ‘강심장’들이 있기 어려운 까닭이다.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잠룡들 모두 부동산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를 놓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부동산 실정(失政)에 책임이 있는 여당 후보들이 특히 더 예민하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이 있다”던 대통령을 뒤로한 채 어디를 가든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반성문을 쓴다. 뜨거워지는 경선 열기에 비례해 반성과 자책의 강도도 높아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은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한다”고 했다. 그 후임자는 “회한이 많다. 제가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생각해 정책 기조를 바꿨다”고 항변한다.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도 알고, 경선에서 친문(親文) 표심을 잡으려면 ‘문재인 정신의 계승’을 외쳐도 모자라지만 부동산만큼은 차별화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비책을 내놓았을까. 이재명 후보는 ‘비(非)필수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 부동산 감독 기구 설치 등을 공약했다. 이낙연 후보는 1999년 위헌(違憲) 판결을 받아 사라진 ‘택지 소유 상한법’을 부활시켜 서울·광역시에서 1인당 택지 소유를 400평까지 제한하겠다고 한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책을 앞세워 시장과 싸워 이겨보겠다는 것이다.

 

택지 소유 면적에 상한을 두겠다는 이낙연 후보는 신고가 기준 6억원짜리 서울 평창동 대지 등 전국에 토지 1000평을 갖고 있는 땅 부자다. 이런 사실을 보도하자 이 후보 측은 “취득 경위에 전혀 불법적 요소가 없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동산 관계법 발의가 비난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 말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나라에서 땅 부자라고해서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타인의 합법적인 택지 구매에는 상한선을 두려 하나. 선의(善意)일지라도 택지 소유 상한제는 결국 시장 왜곡과 공급 감소, 서민들의 부담 가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나는 했지만 너희들은 안 된다’는 내로남불, 이 두 가지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공약을 쏟아내도 실패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매운맛 또는 순한 맛 버전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