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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적자의 누적, 경제 파탄으로 가는 길

Marine Kim 2021. 7. 26. 14:44

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The Column] 재정 적자의 누적, 경제 파탄으로 가는 길

재정 적자에 국채 발행 급증, 인플레이션도 함께 진행 중
韓銀이 독립성 갖지 못하고 물가 통제할 능력 잃으면
통화가치 폭락, 경제 파국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21.07.26 03:20

 

지난 2일 2년 7개월 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재정 확장과 통화 긴축이란 엇박자 논란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려는지 두 사람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연합뉴스

재정 당국 수장과 통화 당국 수장이 정책 조율을 강조한 만큼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정 적자란 정부가 세금 징수를 통해 얻은 수입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지출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재정 적자는 초과 재정 지출을 의미한다. 이렇게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에 필요한 금액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초과 재정 지출의 자금 조달에는 두 가지 재원이 있다. 첫째는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미래에 들어올 수입인 세수를 미리 당겨 쓰는 방법이다. 둘째는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를 발행해 조달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이용해 본원 통화라고 부르는 통화를 공급해 재정을 부분적으로 충당해 준다. 예를 들어 세금이 100원 들어왔는데 정부가 120원을 쓰게 되면 20원의 재정 적자 또는 초과 재정 지출이 발생한다. 이 중 15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나머지 5원은 화폐를 추가로 발행해 조달한다. 이렇게 초과 재정 지출은 국채 발행액 증가와 본원 통화 증가의 합으로 반드시 등가가 성립하게 되어 있다. 이를 초과 재정 지출의 예산제약식(budget constraint)이라고 한다.

그런데 초과 재정 지출의 수준과 국채 발행량은 재정 당국의 결정 사항이고 본원 통화 증가는 통화 당국이 결정한다. 앞의 예에서 20원의 초과 재정 지출과 15원의 국채 발행은 재정 당국이 결정하고 5원의 추가 화폐 발행을 결정하는 주체는 통화 당국이다. 따라서 싫든 좋든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은 조율을 할 수밖에 없다. 통화 당국인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한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재정 당국이 정책 조율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재정 당국은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초과 재정 지출과 국채 발행량을 결정하게 되고 따라서 예산제약식의 ‘제약’은 통화 당국에 가해지게 된다. 재정 당국이 100원의 세수에 120원의 예산을 편성해 20원의 초과 재정 지출을 확정하고 이 중 15원을 국채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럴 경우 통화 당국은 어쩔 수 없이 나머지 5원만큼 화폐를 추가로 발행할 수밖에 없다.

 

초과 재정 지출은 정부가 빚을 내 돈을 쓴 것이므로 결국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초과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향후 세수가 늘어나 적자를 메꾸는 것이다. 초과 재정 지출을 투자에 비유한다면 경제성장률은 투자 수익률에 해당하고 국채의 실질 이자율은 조달 금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재정 지출의 효율성이 낮아 재정 지출이 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세수 증가율이 국채의 실질 이자율을 밑돌게 되면 재정 적자가 확대된다. 즉 빚을 얻어 투자한 결과, 손실이 난 것이다. 이렇게 재정 적자가 증가하면 정부는 계속해서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 만큼 국채 이자율이 상승해 재정 지출의 조달 금리는 더 높아지게 되고 그만큼 경제 성장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을 경우 적자 폭은 더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궁극적으로는 국채 수요가 한계에 달해 국채 발행이 더 이상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통화 당국은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통화량을 늘리게 되어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게 된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물가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통화 가치는 폭락하게 되고 경제 파탄을 면할 수 없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도한 재정 지출로 인해 재정 적자가 누적될 경우 통화 당국은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력을 잃게 되고 경제는 도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전트(Thomas J Sargent)와 왈라스(Neil Wallace)가 경고한 내용이다. 공교롭게 현재 우리나라는 재정 적자의 누적과 이로 인한 적자 국채 발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와중에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현재 진행되는 재정 적자를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긴장감을 가질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수장의 만남이 화기애애한 것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이 돌았어야 정상적이지 않았을까. 중앙은행의 독립성, 재정 건전성, 그리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이란 상식적 원칙이 왜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