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난지원금’ 당정 혼란, 이런 것 해결하라고 대통령직 있는 것

Marine Kim 2021. 11. 12. 15:37

[사설] ‘재난지원금’ 당정 혼란, 이런 것 해결하라고 대통령직 있는 것

조선일보
입력 2021.11.12 03:24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일 국회 예결위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올해 납부할 세금을 내년으로 유예하자는 여당 주장에 대해 "국세징수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부겸 국무총리는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요구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에는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후보는 ‘초과 세수로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고 했지만 올해 재정 적자가 무려 90조원을 넘는다. 꽉꽉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빚을 내야 한다. 김 총리는 “주머니 막 뒤지면 돈 나오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무리 여당 대선 후보 요구라도 들어줄 재정 형편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올해 거둘 세금 일부를 내년으로 미뤄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선용 현금 살포를 위해 ‘납세 유예’라는 꼼수까지 꺼낸 것이다. 국세징수법상 납세 유예는 부도·상해 등 국민 사정이 불가피할 때만 허용한다. 전 세계에서 매표용 현금 살포를 위해 올해 낼 세금을 내년에 내라는 정권이 어디 있겠나.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여당이 하라는 대로 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조차 10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를 유예해주면 국세징수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총리도, 부총리도 전 국민 지원금은 재정상, 법률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11일엔 ‘가상 화폐 과세 1년 유예’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회와 정부가 내년 1월부터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합의했지만 뒤집겠다는 것이다. 청년층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다. 선거에 눈이 멀면 이성적·합리적 판단이 마비된다. 나라 걱정은 물론 하지 않는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럴 때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직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갈등에 대해 “당정이 조율해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뒤로 숨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넘게 국정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모습을 감추거나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1년 가까이 충돌했는데도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일을 하고, 법무장관은 법무장관 일을 하면 된다”고 한 뒤 숨어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이 들끓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만이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 된다”고 하라. 대통령다운 일을 할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