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尹의 방심’에 따라 요동치는 대선
정권 교체 바라는 민심이
尹 우세 구도 만들어 줘
‘다 이긴 선거’ 자만하다
野 내분, 아내 문제로 역전
악재 봉합으로 지지율 복귀
‘편한 길’ 유혹이 막판 변수
1월 첫째 주 시점에서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유력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열 곳 내외 여론조사 기관이 쏟아낸 지지율 조사에서 이 후보가 모두 우세였다. 심지어 10%p 넘게 앞선 결과도 여럿 나왔다. 5년 전 대선 유권자 4200만명 기준으로 70% 투표율을 가정하면 300만표가량 이기고 있는 셈이었다. 불과 3주가 흐른 요 며칠 새 공개되는 여론조사는 정반대 흐름이다. 윤 후보가 대부분 앞서고 있고 그것도 5%p 내외 안정적인 리드다.
정치부에 몸담은 1997년 이후 여섯 번째 대선을 경험하고 있다. 여야 양당 후보가 결정되고 우열이 드러나면 간격은 좁혀지지만 좀처럼 순위는 바뀌는 법이 없었다.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로 선거 구도 자체가 뒤엎어진 2002년 대선이 유일한 예외였다. 그런데 작년 11월 초 여야 대진표가 짜인 뒤 윤 후보, 이 후보, 다시 윤 후보가 선두로 나서는 혼전 양상이다.
판세가 그토록 출렁이는데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30%대 중반에서 위아래로 잰걸음만 한다. 50%가 넘는 정권 교체 여론에 대장동 의혹과 욕설 파문 등 이 후보 본인의 네거티브 요소가 겹치면서 40% 천장이 만들어졌다. 그걸 뚫어 보려고 이 후보는 몸부림치고 있다. 국고에서 퍼주겠다고 약속한 금액을 합하면 몇 년 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하루 수십 조씩 베팅하는데 지지율은 눈꼽만큼 꼼지락 거린다. 역전, 재역전 때도 이 후보는 제자리였다. 윤 후보 혼자 천당, 지옥, 천당을 오간 것이다.
같은 야권인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의 동반 상승도 이변에 가깝다. 선거 초반 5% 내외 지지율에 묶여있던 안 후보는 윤 후보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우상향 곡선에 올라탔다. 정권 교체 깃발을 똑같이 내건 두 사람은 제로 섬 관계였다. 윤 후보의 악재가 봉합되고 재상승하자 당연히 안 후보의 하향세가 점쳐졌다. 그런데 안 후보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지키면서 심지어 더 상승하는 결과도 나왔다.
세 후보가 뒤얽혀 돌아가는 모습이 요지경 속 천태만상처럼 복잡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판의 얼개는 사실 단순하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과반 유권자들은 윤석열 플랜 A와 안철수 플랜 B, 두 장의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고, 정권 유지를 희망하는 30% 남짓은 이재명 후보 등 뒤에 똘똘 뭉쳐 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분노한 민심이 정권에 맞섰던 윤석열을 선거판으로 불러냈고 그의 우세 구도까지 만들어 줬다. 윤 후보와 그 측근들은 선거에서 다 이긴 것처럼 착각했다. 각종 악재를 스스로 생산하며 10%p 이상 지지율을 까먹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것이 이번 선거의 중대 분수령이었다.
김건희씨 7시간 녹취록은 두 번째 고빗길이었다. 당시 안 후보 지지율은 20%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만약 녹취록이 소문대로 끔찍했다면 정권 교체 성화는 윤석열에게서 안철수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윤, 안 중 누구든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밀겠다는 것이 정권 교체 민심이었다. 김씨 발언에는 문제되는 대목이 있었지만 ‘제2의 최순실’ 수준은 아니었다. 김건희 리스크는 이미 윤 후보 지지율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반영돼 있었다. 김씨 육성을 듣고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는 낫더라는 분위기가 대세다.
선거 판세가 또 한번 급변하면서 이재명 캠프는 공황 상태다. 후보는 “잘못했다”며 울고, 당은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사과와 반성 카드를 흔들어 댄다. 연말 연초 윤석열 자멸 국면에서 떠올랐던 안철수 대안론은 제동이 걸렸다. 윤 캠프에서 천재지변급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안 후보가 야권 대표 주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윤 캠프의 필승 전략이 뭔지는 초등학생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뻔하다. 정권 교체 민심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그런데 홍준표 끌어안기라는 첫걸음부터 꼬였다. 겉모습만 보면 측근 공천 요구 때문에 뻐그러진 것인데 진짜 걸림돌은 처가 비리 문제 아니냐는 뒷말이 나돈다. 지지율 추이에 들뜬 캠프 관계자 입에서 “단일화가 꼭 필요하냐”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윤 후보와 핵관들이 껄끄럽고 귀찮은 길은 마다하고 편한 길만 가려던 몇 달 전 모습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윤 캠프의 방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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