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동안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가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다만 이 대표 스스로는 “하실 얘기가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재판장 강규태)심리로 열린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검찰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한 시간 넘게 이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 39분쯤 재판부가 들어오기 전까지 피고인석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넥타이를 매만지기도 하고 변호인과 몇 초간 대화한 후 재판 내내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방송에 출연해 고(고)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에는 하위직원에 불과해 몰랐다’고 한 것과 관련 검찰은 “성남시장 당선 전부터 김문기와 알고 지냈고 시장 재직때도 함께 출장을 다녀왔고 대장동 사업 관련한 주요 현안을 김문기로부터 수차례 대면보고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2009년 6월 경 유동규 등과 함께 리모델링 제도개선 활동을 하며 김문기를 알게 됐고 그해 8월 26일경 리모델링 세미나에 참석해 김문기 유동규 김용과 함께 토론했으며 그해 9월 하순~10월 초순 김문기는 민주당 부대변인인 피고인(이재명 대표)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하며 (이 대표의) 사무실 주소지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5년 1월 6일부터 16일까지 김문기 유동규 등과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고 1월 12일경 김문기유동규와 골프를 하는 등 공식일정 외 일정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후 1공단 도시개발사업이 당시 공사개발사업팀 1팀장이던 김문기씨에게 이관됐고, 민간사업 공모공고, 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설명회 등 핵심 업무를 김씨가 주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5년 12월 31일 경 김문기에게 성남시장상을 수여해 제1공단 사업에 대한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에 대해 김문기씨로부터 수차례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6년 1월 12일 김문기 정민용 등으로부터 1공단 결합개발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사업을 분리하도록 승인했고, 그해 2월 29일 김문기 정민용으로부터 분리추진에 관한 대면 보고를 받았으며, 2016년 4월경 김문기로부터 대장동 토지소유자들의 민원 사항을 대면보고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발언은 단순히 김문기를 몰랐다는 인식에 대한 발언이 아니라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씨와는 사적·공적 관계에서 기억남거나 유지될 정도로 함께 한 행위가 없다고 한 것이며, ‘호주 출장 당시 골프친 적 없다’고 한 것 또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허위사실이 해당한다”고 했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4단계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이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협박에 의한 것처럼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성남시는 2014년 4월 식품연구원으로부터 백현동 부지에 대해 녹지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2단계 상향해 달라는 신청을 받았지만 성남시 도시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같은해 5월 부지 매각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협조 요청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국토부 요청에도 성남시는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국토부가 그해 10월 재차 용도변경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자 성남시 주거환경과가 그해 11월 국토부에 ‘협조 요청들이 국토부장관이 지자체장에게 공공기관 이전 등을 위해 도시계획에 반영할 것을 요청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혁신도시법에 근거한 것인지’를 질의했다. 이에 국토부는 “종전 요청은 혁신도기법에 따른 요구가 아니고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회신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2014년 12월 이 같은 회신 내용을 보고받은 상태에서 ‘2차 신청은 성남시 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려한 후 기존 녹지지역보다 4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는 마치 백현동 용도변경이 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 적용돼 이뤄졌고 국토부로부터 4단계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변경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삼겠다는 협박을 받고 자신의 방침과 달리 녹지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한 것처럴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국토부로부터 백현동 변경에 대해 혁신도시법상 의무 적용 안되고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라는 회신을 받았을 뿐 4단계 상향하라는 지시나 압박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4단계 용도변경 방침을 정한 후 상향한 것으로 20대 대선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측, “김문기 몇 번 봤다고 ‘아는 사람’아냐”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이 대표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측도 이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다만 먼저 심리하는 김문기씨 관련 발언 부분에 대해서만 발언했다.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발언 내용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것인데, 이는 시간과 공간이 특정되는 구체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어 “한 번만 봤어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을 만났어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다는 말은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남시 공무원만 약 2500명이고 산하기관 임직원까지 더하면 4000명에 달한다”며 “김문기씨와 같은 직급인 팀장만 600명”이라고 했다.
또한 “김문기씨가 업무상 수차례 시장에게 업무상 보고한 적은 있다”며 “하급 직원이니 보고했다는 것은 대단히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문기씨와 골프친 적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공직선거법이 말하는 행위의 개념에 들어가는지, 행위 자체로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과 골프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것을 부인해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유리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발언이 방송에서 이뤄진 점을 들어 “방송에서의 즉흥적 이야기를 할 때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자기 기억에 있는 내용을 즉시 꺼내 말해야 하고, 공소사실처럼 복잡하게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사후적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공소사실은 허위사실 공표의 구성요건에 어느 부분에도 해당되는 부분이 없다”며 “구성요건 명확성이나 죄형법정주의에 비춰봤을데 (공소사실 구성이)맞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재판장은 이 대표에게 “피고인 하실 얘기는 없느냐”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없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재판은 점심 시간을 넘겨 12시 30분쯤 종료됐다. 재판부는 오후 2시 30분부터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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