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양 냄새 밴 목자'가 필요하다
- 입력 : 2016.11.01 03:14
"한국 교회가 오늘날 프랑스 교회처럼 되지 않기 위해선 복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프랑스 천주교 순례단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이런 충고를 남겼다고 한다. 150년 전 병인박해 때 순교한 프랑스인 10명의 출신 교구 신자들로 구성된 순례단이다. 프랑스는 한때 '천주교의 큰딸'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천주교 교세를 자랑했다. 그런데 이번 순례단의 한 주교는 "프랑스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니다. 다종교 세상에 살게 돼 '모두가 믿던 대중적 가톨릭'에서 '선택받아야 하는 가톨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낯선 선교지에 도착한) 선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활력 있고 기쁘게 살며 선교 열정으로 충만한 신자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열흘 남짓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순례단이 한국 천주교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계는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평화신문'이 사설로 다룰 정도로 순례단의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순례단이 충고하고 지적한 현상은 비단 천주교만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한국의 여러 종교가 공통으로 직면한 현상이다. 모든 종교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선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선택받으려' 경쟁하는 사회다. 선택받는 비결은 '복음으로'라는 표현에 있을 것이다. 성직자에게 이 말을 대입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양(羊) 냄새 나는 목자(牧者)'일 것이다.
최근 프랑스 천주교 순례단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이런 충고를 남겼다고 한다. 150년 전 병인박해 때 순교한 프랑스인 10명의 출신 교구 신자들로 구성된 순례단이다. 프랑스는 한때 '천주교의 큰딸'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천주교 교세를 자랑했다. 그런데 이번 순례단의 한 주교는 "프랑스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니다. 다종교 세상에 살게 돼 '모두가 믿던 대중적 가톨릭'에서 '선택받아야 하는 가톨릭'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낯선 선교지에 도착한) 선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활력 있고 기쁘게 살며 선교 열정으로 충만한 신자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열흘 남짓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순례단이 한국 천주교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계는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평화신문'이 사설로 다룰 정도로 순례단의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순례단이 충고하고 지적한 현상은 비단 천주교만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한국의 여러 종교가 공통으로 직면한 현상이다. 모든 종교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선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선택받으려' 경쟁하는 사회다. 선택받는 비결은 '복음으로'라는 표현에 있을 것이다. 성직자에게 이 말을 대입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양(羊) 냄새 나는 목자(牧者)'일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최근 국내 번역된 책이 떠올랐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치매 남편을 20년간 간병해온 여자의 실화다. 미국의 앵커 출신인 아내는 오랜 간병 과정을 치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했다. 실력 있는 의사였던 남편이 50대 후반부터 기억과 언어 능력을 상실하고 식물인간으로 변해간다. 당초 의사들은 기껏해야 10년쯤 살 것이라고 했었다. 그 20년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악화됐다. 주변 사람들은 저자에게 물었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니?" "처지가 바뀌었다면 남편도 너처럼 희생할까?" 이런 권유도 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젠 이혼하고 네 인생을 살렴." 그러나 아내는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마지막에 "남편과 나는 여러 해 동안 어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었다"고 적었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닥친 상황도 '낯선 이와 느리게 춤을 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도 못 했던 낯선 사건이 일어나고, 쳐다보기도 싫은 추악한 실상은 매일 업데이트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사태는 수습될 테지만 상처 난 민심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분노와 공허함, 참담함도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이 상처의 치유 과정에 종교인의 역 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라 사랑과 걱정으로 광장에 나선 시민의 공분(公憤)을 공동의 선(善)을 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양 떼와 함께 울며 상처에 약 발라주고, 따뜻하게 안아줄 목자가 필요하다. 이 낯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난 후 우리 국민이 "그때 참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양 냄새 밴 목자'가 필요하다. 그런 목자와 종교가 선택받을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닥친 상황도 '낯선 이와 느리게 춤을 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도 못 했던 낯선 사건이 일어나고, 쳐다보기도 싫은 추악한 실상은 매일 업데이트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사태는 수습될 테지만 상처 난 민심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분노와 공허함, 참담함도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이 상처의 치유 과정에 종교인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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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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