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24일 열린 51회 국무회의… 총리 주재서 대통령 주재로 변경
정호성, 최순실과 관련내용 통화 의혹
檢, 안봉근-이재만도 출국금지… 최순실, 4일 朴대통령 담화 보며 눈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다시 불려나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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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는 세간의 조롱이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설마’ 하는 시선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던 국민의 허탈감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0·구속), 두 명의 ‘최고 권력자’를 모신 이유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청와대와 검찰 안팎에 따르면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휴대전화에는 지난해 말까지 국무회의 개최 여부 등에 대해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제51회 국무회의 내용과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까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징검다리 정상외교 순방 일정을 소화하느라 감기몸살에 시달렸지만 국무총리 주재 일정으로 잡힌 국무회의를 대통령 주재로 바꿨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건강에 문제가 있었지만 당시 국무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갑자기 결정돼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또 최 씨가 본인 명의 또는 차명(대포폰)으로 사용한 휴대전화가 최대 10여 대에 이르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중 5, 6대는 기기까지 확보했는데 여러 대의 전화로 최 씨가 국정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 파악 중이다. 검찰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로부터 “최 씨가 수시로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진술을 받고 핵심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지국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당초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정도의 역할에 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이 단순 정보 전달자가 아닌 최 씨의 하수인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사인(私人)에게도 절대적으로 복종한 것이 박 대통령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는지, 또는 박 대통령 모르게 이면에서 이뤄진 일인지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 외에 나머지 문고리 권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다수의 녹음 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50)과 통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도 국정과 관련한 최 씨의 지시 또는 요구사항이 담긴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곧 정 전 비서관과 최 씨의 의사 교환 사실을 이 전 비서관도 알았는지 확인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해진다. 대화 내용이 실제 국정에 반영됐는지 분석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씨는 4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검찰 조사 수용을 밝힌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를 보고 말없이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 씨는 본인의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교정직원을 힐끗 째려보는 등 여전히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 ·김동혁·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