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 2016.12.01 08:15
조기, 명태, 황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이후 쏟아진 신조어들을 기억하는가? '조기'는 조기 퇴직, '명태'는 명예퇴직, '황태'는 황당하게 퇴직함을 뜻했다. 불안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였다.
본격적으로 신조어가 범람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현재까지, 국립국어원이 조사한 신어(新語)와 기사 검색을 통한 연도별 신조어를 통해 그 시대를 떠올려보자.
2000년대
2000년대에는 인터넷과 관련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미에 '~족(族)'을 붙여 공동된 성향을 지닌 집단으로 나누기도 했다. 또, 특징을 지닌 남성과 여성을 일컬어 부르는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네티즌, 딩크족, 기러기아빠, 귀차니즘, 워킹맘, 골드미스, 된장(남)녀, 보이스피싱 등이 2000년대에 등장했다.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2016년
취업난과 실업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신조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했다. 청춘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담고, 나아가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신조어도 나타났다.
나홀로족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하며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누에고치를 뜻하는 '코쿤(cocoon)'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코쿤족과 같은 말이다.
나홀로족은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말한 '유목민(nomad)'의 개념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는 2005년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이란 저서에서 '유목민(nomad)'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요즘 사람들은 한곳에 정체돼 있지 않고 아이폰이나 미니 노트북 같은 휴대물품들만 가지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금턴
말 그대로 금(金)처럼 소중한 인턴이라는 의미. 2010년 상반기 SK·포스코·STX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인턴사원을 속속 채용하고, 인턴십을 아예 정규직 채용의 관문으로 삼으면서 등장한 용어다. 정규직 취업이 점차 어려워지자 인턴을 통한 채용을 방법으로 삼는 현실을 나타낸다. ▶ 관련 기사
빵셔틀
'졸업식 알몸 뒤풀이' 등을 계기로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면서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으로 떠오른 단어다. 힘센 학생들이 빵을 사오라는 등 심부름을 강요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방셔틀' '숙제셔틀' 등으로 활용되었다. ▶ 관련 기사
차도남·차도녀
'차가운 도시 남자(여자)'의 줄임말이다. 냉철한 이성에 확고한 자기 취향을 갖고 있어 한없이 차갑고 도도할 것 같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이성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큼 헌신적이고 따뜻한 사람을 말한다. 탤런트 이민호가 드라마 캐릭터 덕분에 2010년 설문조사에서 네티즌들이 선정한 최고의 차도남으로 꼽힌 바 있다.
삼포세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청년층. 학자금 대출로 빚을 떠안은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이 돼도 빚을 갚다 보면 목돈이 필요한 결혼, 출산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각종 미디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하였고,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 관련 기사
등골 브레이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2011년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생긴 신조어.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른바 '노스페이스 계급도'도 유행했다. 이 계급도에 따르면 가장 비싼 제품을 입은 학생이 '대장'이다. ▶ 관련 기사
멘탈붕괴
'정신'을 뜻하는 영어 '멘탈(mental)'과 '무너짐'을 의미하는 '붕괴(崩壞)'의 합성어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황당하거나 어이없는 상황에 쓰인다. 주로 '멘붕'으로 줄여쓴다. ▶ 관련 기사
파워블로거지
'파워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말로, 무전취식 등으로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블로거를 말한다. 블랙 블로거와 비슷한 개념이다. 주로 소상공인을 겨냥해 입소문의 영향을 과시하며 상품이나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고 한 뒤, 이를 거부할 경우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도 한다. ▶ 관련 기사
트통령
트위터상에서 대통령처럼 큰 인기가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2012년 트위터 팔로워가 162만 명이 넘는 작가 이외수가 트통령으로 불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등장한 신조어다.
알바추노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무 말도 없이 연락을 안 하거나 도망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는 대학생ㆍ청년들이 비싼 등록금, 장기 불황 등으로 인한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이를 악용한 업주들이 아무 댓가 없이 추가 업무를 요구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견디다 못해 잠적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면서 생겨난 용어로, 이는 당시 사회의 취업ㆍ구직난과 경제난을 나타낸다.
신캥거루족
경제적으로 자립했지만,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집값(생활비)을 내고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를 말한다. 직장과 독립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생활비 등을 내고 함께 사는 자녀를 말한다. 비싼 집값, 맞벌이로 인한 자녀 양육 문제, 재테크 등 어려운 세태가 등장 배경이 됐다. ▶ 관련 기사
유의어로 '찰러리맨'이 등장했는데,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심적, 물질적으로 기대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대전동 아빠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 얻는 아버지. 이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교육열을 뜻하는 대명사로 사용됐던 대치동 엄마를 대신하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에듀푸어
교육을 뜻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과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 푸어(the poor)를 합성한 말로 도를 넘어선 교육비 지출로 인해 생활이 궁핍해진 사람들을 말한다.
캐몽
초고가 패딩 점퍼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의 앞글자를 딴 말로, 너나 할것 없이 두 브랜드 옷에 집착하는 광풍이 일면서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몽클레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입어 '럭셔리' 의 상징이 됐다. 두 패딩은 중·고등학생들에게 노스페이스에 이어 '등골 브레이커'로 등극했다. 한 달 생활비에 육박하는 옷값 때문에 부모는 등골 휘어 힘들고, 못 입는 아이는 박탈감에 시달렸다. ▶ 관련 기사
하우스 푸어
'내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차입을 통해 집을 샀으나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산층을 일컫는다.
돌직구
'돌'과 '직구'의 합한 말로 야구에서 힘이 좋고 돌처럼 강한 직구를 일컫는 말이다.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파워 넘친 공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잉여
'잉여(剩餘)'의 사전적 의미는 '쓰고 난 나머지'다. 이 단어는 시대에 따라 의미를 조금씩 달리한다. 1958년 손창섭의 소설 '잉여인간' 속 '잉여'는 6·25 이후 부조리한 사회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삶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상실한 인물이었다. 최근의 잉여는 '더이상 자본주의 경제질서에 유용하지 않은'('잉여사회' 저자 최태섭) 인간 군상이다. '잉여'는 20~30대 청년 중 직장이 없고, 학업이나 가사노동도 하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이를 가리킨다. ▶ 관련 기사
일자리 절벽
한국 사회를 일자리 절벽, 재벌 절벽, 교육 절벽 등으로 설명한 '절벽사회'(2013, 고재학 저)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청년 취업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힘든 상황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이 외에도 임금 절벽, 주거 절벽, 고용 절벽 등 2014년에 특히 '절벽계' 신조어가 많았는데, 이는 불안한 일자리와 주거 환경 등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포세대
생활고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에 더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총 다섯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세대'도 등장했다.
이케아 세대
교육 수준과 스펙은 뛰어나지만 고용이 불안정해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20ㆍ30대를 스웨덴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에 빗댄 표현이다.
이케아는 세련된 디자인에 가격이 저렴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2~3년 쓸 용도로 많이 구입한다. 마찬가지로 이케아 세대는 각종 자격증과 어학연수 등 이전 세대에 비해 빠지지 않는 능력을 갖췄지만 기업에 낮은 임금으로 단기간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케아 세대는 소득이 적은 데다 고용이 불안정해, 당장 필요한 소비재 구입 비용 외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여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 관련 기사
혼밥족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솔로들이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가리켜 혼밥족이라고 부른다.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반찬은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고 혼밥족을 배려한 칸막이가 설치된 1인 라면집, 고깃집 등도 점차 늘어났다. 유사한 맥락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혼술',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혼곡', 혼자 노는 것을 '혼놀'이라고 한다. ▶ 관련 기사
반퇴세대
조기퇴직을 한 후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세대. 평균 수명은 늘고 은퇴 시기는 앞당겨져 재취업이나 창업을 해야 하는 세대다. '반퇴자산'은 반퇴 시대를 사는 데 필요한 자산이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기간은 빙하의 깊은 균열에 빗대 '퇴직 크레바스'라고 부른다.
여혐혐
'여혐' 현상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을 말한다. 갈수록 불붙는 여혐·남혐 논쟁은 급기야 여혐 현상을 싫어한다는 뜻의 '여혐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상대 여성에게 이것저것 시시콜콜 설명하며 잘난 체하는 남성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비아냥을, 다른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여성은 '걸크러시'로 흠모를 받는다. 일부 여자 연예인은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여덕몰이'를 한다.
헬조선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로, '지옥 같은 한국 사회'라는 뜻이다. 이는 신분사회였던 조선처럼 자산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반영한 것인데, '지옥불반도'나 '망한민국'도 헬조선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 관련 기사
수저 계급론 (금수저·흙수저)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다. 이 계급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데, 금수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으로 좋은 가정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금수저와 상반된 개념이다.
문송합니다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힘든 취업 상황을 나타낸다. 상경계의 취업 또한 어려워지면서 상경계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죄상(商)합니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개이득·핵노잼…
접두어 '개~' '핵~' 등을 붙여 다양한 낱말을 만든다. 아주 큰 이익은 '개이득', 아주 재미없으면 '개노잼', 해결 방법이 없으면 '개노답'이다. '개∼' 대신 '핵∼'을 집어넣어도 뜻은 거의 같다. 못된 성인 남자를 뜻하는 '개저씨'도 신조어에 올랐다.
접미어는 '∼충'을 붙여 무엇을 과하게 하는 사람을 뜻할 때 주로 쓴다. 예를 들면 진지충, 설명충 등이다.
2016년 신어는 아직 공식적인 자료가 없지만, 조선닷컴에서 많이 소개된 신조어를 중심으로 추려봤다.
통장 난민
은행들이 1년 전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계좌 개설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 주로 20~30대 취업 준비생이나 주부, 은퇴 생활자 등과 같이 주민등록증 외에 추가 증빙 서류를 제시하기 힘든 사람들이 해당되는데, 이들은 조금이라도 통장 개설에 너그러운 은행 지점이 어디인지 찾아 정처없이 떠돈다. ▶ 관련 기사
팩트폭력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와 폭력, 폭행이 결합한 단어다. 상대의 주장, 의견 등에 대해 반박할 수 없게 각종 데이터·통계 등을 내밀며 정곡을 찔러, '입 다물게' 하는 대응법. '돌직구'의 연장선상으로 보기도 한다.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빠르게 돌아다니는 SNS와 '팩트'를 대비시켜 'SNS란 선동(S)과 날조(N)로 승부(S)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관련 기사
노케미족
No Chemical의 줄인 말로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노케미족 가운데 상당수는 화학제품 대신 천연재료로 방향제·세제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샴푸·린스 대신 식초 · 천연비누를 사용하거나 물로만 머리를 감는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각종 생활용품에도 유독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케미포비아)이 확산되고, 이에 친환경제품만 구입하는 노케미족 소비자가 늘어났다. ▶ 관련 기사
아재
본디 사전에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 이지만 최근에 아재라고 하면 젊은 트렌드에 뒤떨어진 사람, 주로 중장년층을 희화화(戱畵化)해 부르는 말이다. 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르는 기준인 '아재'는 다양하게 쓰인다. 한물 지난 개그를 하면 바로 '아재 개그', 중·장년층의 입맛·패션 취향을 드러내면 '아재 입맛'이나 '아재 패션'으로 놀림받기 쉽다. 이런 중·장년층의 스트레스를 '아재 공포증'이라 부르기도 한다. ▶ 관련 기사
걸크러시
소녀(Girl)와 '반하다'라는 뜻의 크러시 온(Crush on)을 합성한 말로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여성이 동성(同姓)에게 느끼는, 성적인 감정이 수반되지 않은 강한 호감이라고 정의한다. 걸크러시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닮고 싶은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과 센스, 지성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해 일반 여성들의 롤모델로 여겨진다. ▶ 관련 기사
ㅇㄱㄹㅇ
'이거 레알'의 초성을 따서 만든 단어. 자신의 말에 확신이 설 때 "이거 진짜 사실이다"라는 뜻으로 쓴다. KBS의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한 해설위원이 '아 그래요'로 써서 화제가 되며 뜻이 추가되기도 했다. '반박 불가'라는 뜻인 'ㅂㅂㅂㄱ' 라는 초성을 붙여 '너무나 사실이어서 반박하기 어렵다'라는 뜻으로 활용한다.
순실증
권력형 부정부패의 대명사가 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문에 분노와 함께 우울감·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허탈감과 분통함을 못 이겨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하는 자조가 섞이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화병'이다.
신조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꽤 오랜 기간 사용되고 의미 있는 신조어들은 공식적인 한국어로 인정되기도 한다. 얼마 못 가 자취를 감추는 신어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신조어는 세태를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미의 신조어들은 자칫 지나치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개저씨(개념 없는 40~50대 남성 비하)'나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소리를 빗대 노인 비하)', '급식충(학교 급식 먹는 10대 비하)', '김치녀(여성 비하)', '한남충(남성 비하)' 등 인터넷에서 재미삼아 쓰는 말의 일부는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을 싸잡아 비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단어의 뜻과 무관하게 글자 모양을 변형시킨 '야민정음'도 한글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강추(강력 추천)' '멘붕(멘탈 붕괴)'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단어를 줄여 말하거나 'ㅇㅋ(오케이)' 'ㅋㅋ(크크)'처럼 초성을 딴 신조어가 많이 쓰였지만, '야민정음'은 '커엽다(귀엽다)' '머머리(대머리)' '떼이스북(페이스북)'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연구원은 "언어에도 자정(自淨) 작용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신조어도 유행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그라질 것"이라며 "다만 신조어를 빙자한 언어폭력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이띵박 전 대통령'이라 부르는 것은 언어 유희를 넘어선 폭력이란 것이다.
■ 참고자료
2005~2009년 신어 기초 자료 /국립국어원
2012년 신어 기초 자료/국립국어원
2014년 신어 자료집 /국립국어원
2015년 신조어 사례 /염동열 국회의원실 (국립국어원 제출)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국립국어원 (2007)
현대 한국어 신조어 연구 /이방방 (2010)
■ 이미지 출처 = 조선DB, 무한도전, 1박2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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