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s & sea

황홀하다, 순천만 갈대

Marine Kim 2016. 12. 7. 14:18

황홀하다, 순천만 갈대

순천만 습지엔 가을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밭이 바람에 넘실대며 장관을 이뤘다.
갈대 군락지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9배쯤인 5.4㎢(약 163만평)로 국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다.
10~11월이면 갈대숲 목제 탐방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떠나요, 가을 속으로

바람이 일자 북슬북슬한 갈대들이 일제히 이리저리 나부꼈다. 서걱거리는 갈대가 뿌리 내린 갯벌에는 농게와 칠게, 짱뚱어 등이 노닐고 있었다. 갈대밭 사이를 지나는 목제 탐방로에서 팔을 쭉 뻗으면 손에 닿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얕은 난간에 기대거나 나무 데크에 쪼그리고 앉아 "게가 기어 다녀!"라고 외쳤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ㅅ' 대형을 갖춘 철새 무리가 붉은 석양빛을 받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한려수도 벨트가 뜬다
순천만 습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갈대숲 사이로 난 탐방로를 걷고 있다. /순천시

◇가을 순천만 갈대의 유혹

지난 15일 오후 찾은 전남 순천시 순천만 습지엔 가을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밭이 바람에 넘실대며 장관을 이뤘다. 갈대 군락지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9배쯤인 5.4㎢(약 163만평)로 국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다. 10~11월이면 갈대숲 목제 탐방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S’ 자로 유장하게 흐르는 물결이 노을빛과 만날 때 순천만은 아침이나 낮의 풍경과는 다른 새로운 절경을 선사한다. 일망무제(一望無際·아득하게 멀어 눈을 가리는 것이 없음)의 갯벌과 갈대밭마저 진홍빛 낙조에 물든다. 사진은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 초입 무진교에서 2.3㎞ 떨어진 용산 전망대(해발 82m)에서 바라본 해넘이 모습이다. /순천시

여의도의 1.9배 크기 갈대밭
'황금빛 물결' 넘실…
내달 4일부터 '갈대축제' 펼쳐져

서울에서 온 박정옥(여·69)씨는 "이렇게 잘 보존된 드넓은 갈대밭은 처음 본다"면서 "전망대에서 석양빛 수로를 감상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진교에서 탐방로(1.2㎞)를 거쳐 순천만 자연을 한눈에 굽어보는 용산 전망대까지 거리는 2.3㎞ 정도이다. 천천히 걸어도 전망대 정상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깊숙이 들어간 하구(대대포구)에 형성됐다. 세계적인 연안 습지로 꼽힌다. 갯벌과 갈대밭을 포함한 습지보호지역(28㎢) 주변에 자연생태관과 천문대, 갈대 탐방로, 문학관, 공예·특산품관, 쉼터, 전망대 등이 들어서 있다.

'순천만·순천만정원' 2015 최고 경관 선정
순천만 갈대밭/순천시

순천만 습지 입장료는 올해 1월부터 기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입장권을 사면 습지에서 상류 쪽으로 7㎞쯤 떨어진 순천만국가정원도 방문할 수 있다. 심순섭 시 순천만보전과장은 "국내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는 통합권 한 장으로 입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두 곳의 방문객은 총 520만명이었다. 올해는 지난 20일까지 400만명이 순천만과 정원을 찾았다.

국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어…
갈대탐방로·순천만정원 등 볼만

가을 성수기를 맞아 평일 하루 1만5000명, 주말 하루 5만명의 인파가 몰린다. 국가정원에 입장하고 나서 순천만 습지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원역과 문학관역 4.5㎞를 잇는 소형 무인궤도차량(스카이큐브·왕복 8000원)을 타면 된다. 문학관역에서 내려 1.2㎞를 걸어가면 갈대 탐방로 입구(무진교)가 나온다. 본인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갈 수도 있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은 순천만 주차장(652면)이 꽉 차면 순천만 주변 '맑은물 관리센터'에 차를 대고 순천만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평일에는 주차장에 여유가 있어 승용차로도 국가정원과 순천만을 충분히 오갈 수 있다. 반대로, 순천만을 먼저 방문하고 국가정원으로 이동하려면 갈대 탐방로 입구에서 문학관역까지 걸어간 뒤 스카이큐브를 타거나, 승용차나 대중교통 등으로 국가정원까지 가면 된다. 주차장 이용료는 국가정원은 무료, 순천만 습지는 소형 기준 3000원이다.

순천만 와온해변 일몰/순천시 제공

◇내달 4~6일 순천만 갈대축제

갈대 새순은 3월 말쯤 돋는다. 묵은 갈대는 그 자리에서 스러져 새순의 거름이 된다. 순천시는 해마다 2~3월이면 마을 주민들에게 일당을 주고 갈대 탐방로 주변 갈대를 낫으로 베게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방문객들이 탐방로 주변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베어낸 갈대는 엮어서 지붕 이엉이나 울타리로 활용한다. 갈대 빗자루와 갈대 뿌리차, 갈대 막걸리도 만든다.

갈대를 테마로 삼는 '제18회 순천만 갈대축제'가 내달 4일부터 사흘간 '갈대, 쉼과 비움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순천만 일대에서 열린다. 갈대음악회와 흑두루미 북 콘서트, 흑두루미 사진전, 습지활동가 소장품 전시회 등이 진행된다. 주민과 지역 활동가가 참여해 순천만 야생동물 탁본 뜨기, 흑두루미 탐조, 보물찾기, 갈대 엽서·생태 피라미드·갈대 빗자루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한다. 흑두루미 쌀, 흑두루미 누룽지, 순천만 꼬막, 말린 망둥이, 발효 효소 등 지역 특산물도 판매한다. 조충훈 순천 시장은 "갈대꽃의 하얀 솜뭉치가 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는 절경을 감상하러 순천으로 오시라"고 말했다.

풍경소리에 마음의 어둠이 열리고 순천만 수로 따라 석양빛이 흐른다

사라질 뻔한 순천만… 20년만에 '대한민국 1호 정원'


순천시는 1993년부터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순천만 어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진 개펄을 퍼내고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밭을 제거하려 했다. 반발한 지역 시민단체는 1996년 현장 조사를 통해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그제야 순천만은 파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순천만 정원/김영근 기자

하구 정비 사태 20여년이 흐른 순천만 초입 대대포구. 이곳에서 상류로 5.8㎞ 떨어져 있는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으로 거듭난다. 순천만정원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던 곳 111만㎡다. 순천시와 산림청은 5일 정원 잔디마당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순천만 국가정원’ 선포식을 연다. 시는 국가정원 지정을 기념해 오는 6~11일 입장료를 50% 할인한다.

애초 정원은 법률적 개념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부는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관리하기 위해 ‘맞춤형’ 수목원법 개정을 추진했다. 수목원·정원법은 작년 12월 개정됐고 지난 7월 시행됐다. 이 법은 정원의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지방·민간·공동체 정원으로 구분한다. 국가정원은 이 법에 따라 정원 전문가 양성과 정원 운영·관리비 등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경우 한 해 107억원(시비)의 운영·관리비 중 33억원 이상 관리비를 국비로 받는다. 이형금 시 홍보계장은 “국가정원이라고 해서 국가가 정원을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가 종전대로 운영·관리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