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Pop Songs 3

망신당한 노벨 文學賞/ 가수 밥 딜런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던 스웨덴 한림원 말이다

Marine Kim 2016. 12. 15. 08:45

트렌드 돋보기] 망신당한 노벨 文學賞

  • 입력 : 2016.12.15 03:13

김성현 문화부 차장
단단히 망신살이 뻗쳤다. 가수 밥 딜런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던 스웨덴 한림원 말이다. 지난 10일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결국 밥 딜런은 불참했다. 수상 소감문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이 소감문에서 그는 "만약 누군가 내게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말했다면 나는 그 가능성이 달에 서 있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감문을 대신 읽은 이는 주(駐)스웨덴 미국 대사였다. 민간인 가수의 수상 소감을 외교관이 대독(代讀)하다니. 누가 보면 밥 딜런이 미국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인 줄 알았을 게다.

밥 딜런은 스웨덴 한림원에 시상식 불참 사실을 통보하면서 '사전에 존재하는 약속(pre-existing commitments)'이라는 표현을 썼다. '달 착륙'과 '선약' 사이에 존재하는 '우주적인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다. "밥 먹자"는 직장 상사의 말에 "달 착륙만큼 기쁘지만 선약 때문에 못 가겠습니다"고 대답한 것과 비슷하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말 했다간 뒤통수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밥 딜런의 자서전이나 예전 발언만 눈여겨보았어도 '불참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인권 운동이 불거졌을 당시 밥 딜런은 '저항의 기수'로 불렸다. 하지만 그런 평가에 대해 밥 딜런은 반사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노벨상 시상식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수 밥 딜런. /TV조선 뉴스화면 캡처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누구에게 속해본 일이 없다. 잘난 체하는 인간들이 나를 대변자라느니, 시대의 양심이라느니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 이처럼 밥 딜런은 자신을 일정한 틀에 가두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저항하거나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노벨상 역시 예외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이번 시상식 불참을 한바탕 소극(笑劇)으로 웃고 넘기기 어려운 건 그 이면에 다양한 문화적 상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치열한 '신경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9년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뮐러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지닌 정확한 의미는 그녀가 상금 140만달러를 받는다는 것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반대로 스웨덴 한림원 서기였던 호레이스 엥달은 "미국 작가들은 유럽 작가들과 (노벨 문학상을 놓고) 경쟁하기엔 너무 무식하다"는 직설적 비판을 퍼붓기도 했다.

실제 미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건 1993년 소설가 토니 모리슨 이후 밥 딜런이 처음이다. 노벨 문학상이 유럽 중심의 순수 문화를 의미한다면, 밥 딜런은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다. 모든 문화 상품이 조회 수와 판매량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문학상의 권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4/20161214029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