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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이모와 조카… 법정서 눈도 안 마주쳤다

Marine Kim 2017. 1. 18. 18:26

 

등 돌린 이모와 조카… 법정서 눈도 안 마주쳤다

  • 입력 : 2017.01.18 03:04

장시호 '제2의 최순실 태블릿' 특검 제출 후 첫 대면
검찰 "장씨, 김종은 '판다' 최순실은 '대빵'으로 불러"

- 공판서도 줄곧 엇갈린 주장
최씨측 "영재센터, 장씨가 주도… 16억 강제 모금 한 적 없다"
장씨측 "영재센터 주인은 최씨, 공모한 것을 인정한다"

- 검찰, 장시호 금고서 나온 문건 공개
'미스터 판다 서류' '대빵 드림' 내부 문건 표지에 메모 적혀

"모든 혐의를 부인합니다."(최순실 측)

"(최씨와 공모한) 직권 남용과 강요 부분은 혐의를 인정합니다."(장시호 측)

고개 숙인 최순실… 미소 짓는 장시호
고개 숙인 최순실… 미소 짓는 장시호 - 1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최순실(왼쪽)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구속 기소된 이들이 같은 자리에 나타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장씨는 재판 중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지만 최씨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눈길 한 번 맞추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가 17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공판에 처음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함께 삼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 등에 대한 공판이다.

남색 코트 차림의 장씨가 먼저 법정에 들어섰다. 상아색 수의(囚衣)를 입은 최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장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최씨를 쳐다보지 않았다. 최씨도 장씨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김종 전 차관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앉은 두 사람은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진행된 재판 내내 눈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장씨는 최근 최씨가 맡겨뒀던 태블릿 PC를 특검팀에 제출했다. 이 PC는 장씨가 작년 10월 독일에 있던 최씨 부탁으로 짐을 옮기다 찾아내 보관하던 것이다. 특검팀은 이 PC에서 최씨가 삼성 측과 돈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압수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장씨의 '협조'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최씨에게 불리한 증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이 PC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 주변에선 이를 두고 '장씨가 이모에게 등을 돌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도 두 사람의 말은 줄곧 엇갈렸다. 최씨 측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장씨가 주도한 것이라고 했고, '16억 강제 모금'에 대해서는 '그런 일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장씨 측 변호인은 최씨와 공모한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장씨는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주인은 최씨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장씨의 금고에서 압수한 영재센터 내부 문건들을 공개했다. 문건 표지엔 '미스터 판다 서류' '대빵 드림'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검찰은 "장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미스터 판다'라고 불렀고, '대빵'은 최씨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등 돌린 박근혜·최순실의 사람들
'최순실 사람'이었던 김종 전 차관도 이날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김 전 차관 측은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은 청와대와 삼성 수뇌부가 직접 소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또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2억원 상당 후원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주도해 GKL에 80억원 상당의 용역 계약 체결을 요구하던 상황에서 이런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2억원 후원을 제시한 만큼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특검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 내에서도 "박 대통령 뇌물 수사의 주요 단서가 김 전 차관 입에서 나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특검에서 "2015년 1월 박 대통령이 '정유라 같은 승마 선수를 키워줘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수사와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전 수석은 16일 헌재에 증인으로 나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모금, 운 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고, 문제가 불거지자 증거 인멸까지 주도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같은 날 헌재에서 "제가 마지막까지 충인(忠人)으로 남고자 했는데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나 모든 혐의를 무조건 부인하면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최씨의 태도는 자기 방어권 행사 차원이고, 오히려 역풍을 부른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기관 정보]
헌재, 안종범·정호성등 진술 증거 채택... 속도 내는 탄핵심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8/20170118000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