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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거쳐 대통령 겨누려다 제동… 법조계 "특검, 애초에 무리수

Marine Kim 2017. 1. 20. 07:45

삼성 거쳐 대통령 겨누려다 제동… 법조계 "특검, 애초에 무리수"

  • 입력 : 2017.01.20 03:03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 법원 영장기각에 당혹

- 특검 "법원과 견해차… 매우 유감"
박영수 특검, 긴급 대책회의 "흔들림 없이 수사 진행할 것"
- 법조계 "수사 입구부터 막힌 셈"
재판때는 더 엄밀한 입증 요구… 내달 28일이 기한, 시간 압박도
- 대기업들 '피해자' 고수할 듯
"대통령이 목표인데 삼성에 집중… 대기업과 특검 맞서는 상황 초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전 박영수 특검팀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굳은 얼굴로 오전 10시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어 "법원과 견해 차이가 있다" "매우 유감"이라는 짤막한 논평을 냈다. 평소 오전 9시쯤 출근하던 박영수 특검은 오전 6시 30분부터 출근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수사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의 관문(關門)으로 여겨왔다. 박 특검은 특검으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달 2일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근저(根底)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직권남용 등으로 우회하는 것보다는 직접 본질로 들어가는 게 좋을 수 있다"고 했을 만큼 '뇌물 수사'에 의지를 내비쳤다.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사유
특히 특검팀은 삼성의 경우 재단 출연금 규모가 204억원으로 가장 크고, 최씨 측에 따로 지원하거나 지원하기로 약속한 돈도 229억원이나 되는 데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대가 관계도 가장 뚜렷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뇌물 수사의 입구(入口)에 해당하는 삼성 수사부터 장애물에 부닥친 것이다.

특검팀은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적지 않은 법조계 관계자들은 향후 수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죄 성립에 필수적 요소인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사실상 수사가 미진하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식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 정식 판결 때는 엄밀한 입증(立證)을 요구하고, 영장 결정 때는 그보다는 부족하더라도 혐의의 소명(疎明)을 요구하는데 특검 수사는 그 문턱도 못 넘은 셈"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시간과의 싸움도 벌여야 한다. 70일로 정해져 있는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2월 28일 종료된다. 이미 한 달가량을 썼다. 특검은 수사 기간을 30일간 연장할 수 있으나 연장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장권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특검팀이 현재의 '뇌물 수사' 구도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삼성이 최씨 측을 지원해 얻은 대가가 무엇인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증거 보강 등 보완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나 롯데, CJ 등 다른 기업들 역시 향후 특검 수사에서 삼성처럼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돈을 낸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것도 특검의 숙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 대통령 수사는 특검팀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특검 주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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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걸어나오는 이재용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지 21시간 만이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조의연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남강호 기자
법조계 일각에선 뇌물 수사가 이처럼 꼬이게 된 이유에 대해 '특검이 너무 서둘렀다'거나 '수사 전략을 잘못 짠 듯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대통령이 최종 목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통령 수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마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목표로 달리는 것 같았다"며 "성과나 공명심에 매달리다 보면 수사가 산으로 가기 일쑤"라고 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수사기법상으로 보면 공여자 쪽인 대기업들을 불입건하면서도 대통령이 거둔 돈은 뇌물이라는 쪽으로 진행이 가능했 다"며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의 수사 협조를 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이재용 영장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대기업들이 구속이나 사법처리 우려 때문에 대통령을 대신해 특검과 맞서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결과적으로 대기업들이 고용한 최고의 변호사들이 대통령을 변호하는 셈이 돼 대통령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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