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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콜라텍, 설 연휴 마지막 날 왜 붐비나 했더니 이기훈 기자..500명이 콜라텍서 춤추며… 명절 스트레스 푼 부모세대

Marine Kim 2017. 2. 1. 16:46

NOW] 500명이 콜라텍서 춤추며… 명절 스트레스 푼 부모세대

입력 : 2017.02.01 03:05

- "자식·며느리 눈치 보느라 답답"
"朴대통령 탄핵 등 말이 안통해" 같은 연배들과 어울리며 해소
주말 대비 방문객 20%이상 늘어…
일부는 부부끼리만 영화관 찾고 관광버스 빌려 등산 다녀오기도

"대학원까지 나온 조카랑 정치 성향이 너무 달라서 마치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 하도 답답해서 스트레스 풀러 놀러 나온 거야."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시장에 있는 한 대형 성인 콜라텍. 머리가 희끗희끗한 손님 250여명이 몰려 스테이지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주로 50대 이상인 손님들은 '자옥아' 같은 트로트 노래에 맞춰 흥겹게 춤췄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박모(69)씨는 "명절이라고 말도 잘 안 통하는 자식·조카들이랑 말다툼하는 것보다 친구들끼리 어울려 노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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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성인 콜라텍으로 중장년층 일행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이곳은 설 연휴에 생긴 스트레스를 풀러 온 50대 이상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태경 기자

이날 콜라텍을 찾은 손님들은 "명절 스트레스가 며느리나 취업 못 한 자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자식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다투게 된다" "며느리가 시부모를 귀찮아하는 게 느껴지는데 분위기 어색해질까 봐 내색할 수도 없었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영등포역 인근 콜라텍에서 만난 주부 김모(67)씨는 "명절 내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인 남편과 탄핵 찬성파인 아들 둘이 서로 한마디도 안 했다"며 "남편과 자식 사이에서 눈치 보다 너무 지쳐 나왔다"고 했다.

이날 분홍색 한복 차림으로 나온 이모(여·70)씨는 "설날 차례 지내자마자 자식·며느리·손주들이 훌쩍 가버리니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어 나왔다"며 "콜라텍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노인들이 스트레스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라고 했다. 이 콜라텍에는 30일 하루에만 5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평소 주말 손님(약 400명)보다 100명 이상 더 몰린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 '주범'으로 지목돼온 시어머니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30일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인 서울 강남 코엑스 한 극장에서 영화를 본 주부 조모(65)씨는 "며느리들이 '명절 스트레스' 노래를 부르지만 요샌 시부모도 자식 눈치 보느라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는 "보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몰라주고, '아프다'고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마지못해 오는 눈치일 때 부모도 상처받는다"며 "자식들끼리 쉬라고 일찍 돌려보내고 남편과 영화 보러 나왔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여·56)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아들 내외와 딸을 데리고 2박 3일간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추석 때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일이 밀렸다'며 오지 않아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 '독박 차례'를 지낸 기억 때문이다.

이씨는 "혼자 일하자니 서글펐지만 '바쁜 며느리 부려 먹는다'고 흉볼까 봐 차례 지내지 말고 차라리 여행이나 가자고 제안했다"며 "좁은 집 안에서 일하며 서로 스트레스 받느니 이게 더 낫다"고 했다. 하나투어는 "2000년대 이후 명절 전후 여행객 중 50대 이상, 특히 여성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중장년 여성 고객들은 주로 일본 온천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휴양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은퇴한 아버지들도 명절 스트레스를 날릴 '탈출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은퇴한 김모(61)씨는 "설 명절 동안 손주들과 놀면 반갑고 좋지만 나도 아내도 피곤해진다"며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인 산악 동호회 회원들끼리 관광버스를 대절해 등산을 다녀왔다"고 했다.

설 연휴 동안 바둑 기원이나 경로당을 찾은 중장년 남성도 많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식 세대가 과거에 비해 부모의 재력에 더 의존하면서도 가치관의 차이는 '단절' 수준으로 벌어지다 보니 부모 세대의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이라며 "평생 일과 자식만 생각하고 살아온 부모 세대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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