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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굳히기… 오히려 차기정부 부담 줄인다

Marine Kim 2017. 3. 9. 07:31

NEWS&VIEW] 사드 굳히기… 오히려 차기정부 부담 줄인다

  • 美·中 모두 만족시키기 힘든 상황
    사드배치, 차기 정부가 떠안으면 집권초부터 외교난관 처할 가능성
    사드배치 완료돼야 중국 향해 '반대했지만 어쩔수 없다' 명분 생겨

    전문가들 "노무현 정부 집권직후 이라크 파병 극심한 국론 분열… 차기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미 군 당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시작하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는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서 우리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음 정부로 미루라"고 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 "안보와 국익을 모두 살릴 복안이 있다"면서도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은 채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를 마무리짓지 않고 그냥 넘기는 것이 오히려 다음 정부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교수는 8일 "문 후보에게 사드도 배치하고 미·중도 모두 설득할 '신(神)의 한 수(手)'가 없다면 사드 배치의 시작이 오히려 차기 정부의 정치적·외교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가변적인 상태로 차기 정부에 넘겨지면 미·중은 정권 초기부터 자신들 뜻에 따르게 만들려고 새 정부에 강하게 요구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두 초강대국의 압력 사이에서 집권 초기부터 외교적 난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사드 배치가 완료된 경우라면 "내가 사드를 반대했던 것을 잘 알지 않느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이제부터 관계 개선 방안을 찾아보자"며 중국과 새로운 외교를 할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캠프 일각에서도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고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드 배치 완료가 오히려 부담을 덜어준다'는 근거로 2003년 '이라크 파병'을 들기도 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발언을 하며 핵심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지만 집권 직후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대통령으로서 "반미면 어떠냐"는 '이상'보다 한·미 동맹과 국익이라는 '현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병 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있었고 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돌아서는 '후유증'을 겪었다. 문 후보는 당시 참모로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라크 파병처럼 사드가 차기 정부에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우리로서는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며 "문 후보가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했던 것도 사드 철회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문 후보 측 국방안보포럼에 참여하는 백군기 전 의원은 "한·미 동맹 체제에서 이미 전개된 무기 체계를 정권이 바뀐다고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정권 교체 이후 국민적 합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내의 주된 기류는 대선 때까지 계속 이를 이슈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문 후보 본인도 지난 7일 사드 전개 직후 "지금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드를 전개한 현 정부를 비난했다. 이들은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이 졸속이었기 때문에, 중국의 보복과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 완료가 차기 정부 부담을 덜어준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중국은 다음 정부를 상대로도 계속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대변인은 "차기 정부에서 국내적으로는 국회 동의, 외교적으로는 미·중을 설득해 충분히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날도 사드를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중단과 국회 동의를 요구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 후보를 비판했다. 반면 문 후보의 핵심 지지층은 "왜 명확하게 철회한다고 말하지 않느냐"며 다른 방식으로 문 후보를 압박했다.

그런 가운데 문 후보는 이날은 사드에 대한 추가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후보 측 외교·안보 관계자는 "사드에 대한 의견은 계속 말하지만 불필요하게 긴장을 높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이제 사드 이슈는 너무 부각시키지 않는 게 국익을 위해 좋다"고 하고 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민주당과 문 후보는 이제는 현실적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보수 정당들도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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