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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채 등장한 김한솔

Marine Kim 2017. 3. 9. 07:34

베일에 싸인채 등장한 김한솔

[네덜란드·중국·미국·無名의 정부, 김한솔 구하기 '007 작전']

"난 김한솔… 아버지는 피살됐다"암살 23일만에 유튜브에 모습

- 암살 직후 마카오 탈출한 듯
천리마 민방위 "김한솔 도움 요청…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2~3곳 경유, 서방으로 피신한 듯
도움 준 無名의 정부, 한국 가능성

40초 영상, 암살 며칠후 만든 듯
金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있다"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가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등장하는 40초 분량 영상을 8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가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당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등장하는 40초 분량 영상을 8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유튜브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사건 발생 23일 만인 8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남 피살 직후 신변 위협을 느낀 김한솔은 미국·중국·네덜란드 정부 등의 도움을 받아 사건 직후 곧바로 마카오를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국정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한솔은 2~3개 경유지를 거쳐 현재는 어머니인 김정남의 둘째 아내 이혜경, 여동생 김솔희와 함께 서방 국가의 보호 아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한솔은 이날 '천리마 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라는 단체가 40초 분량으로 올린 'KHS Video'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영어로 "내 이름은 김한솔이다.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 현재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담담한 표정의 김한솔은 신분을 증명하려는 듯 북한 외교관 표시가 있는 여권을 펼쳐 보였지만 신상 정보는 검은 화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국정원은 이날 동영상이 공개되자 "김한솔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동영상을 갑자기 올린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피살자가 김정남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한솔은 동영상에서 "○○○에게 감사한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누구에게 감사를 표한 것인지는 입 모양이 검은 화면으로 가려지고 무음으로 처리되면서 확인되지 않는다. 도피 과정에서 도움을 준 주체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상을 공개한 '천리마 민방위' 단체는 김한솔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고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며 "네덜란드·중국·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 북한 내 지원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최소한 이 단체가 언급한 4개 국가의 정보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김한솔 도피에 관련돼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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喪中이라 검은 옷 입었나 -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검정 옷을 입고 있다. 피살된 아버지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해 검정 옷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튜브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김한솔은 김정남 피살 직후 지금까지 모친 이혜경과 거주해왔던 중국령 마카오를 떠나 동남아 제3국으로 탈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월 18일자 A5면〉. 정보 소식통은 "김한솔이 김정남 피살 직후 신변을 보호해줄 서방 국가를 물색했고, 유학 중에 사귀었던 유럽 친구들을 통해 평소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큰 네덜란드 정부와 접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네덜란드 정부는 서울과 평양에 동시 주재하는 주한 네덜란드 대사를 통해 한·미 양국 정부에 김한솔 신변 보호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고, 한·미 정부가 공조해 김한솔을 제3국으로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리마 민방위가 언급한 '무명의 정부'가 한국 정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리마 민방위가 중국 정부에 감사를 표한 데 대해서는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한 김한솔 가족이 한꺼번에 마카오를 빠져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분석했다.

마카오를 떠난 김한솔 가족은 동남아 제3국에서부터 사실상 미국의 보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앙정보국(CIA) 지부가 있는 태국이나 미국의 영향력이 큰 싱가포르·홍콩·대만·인도네시아 등이 거론된다.

마카오에서부터 김한솔의 여동생 김솔희가 함께 움직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보 소식통은 "김솔희는 스위스에 있었다는 정보도 있었던 만큼 스위스에서 제3의 경로를 거쳐 가족과 합류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한솔 가족은 동남아 제3국에서 네덜란드 등 유럽의 국가를 추가로 경유해 지금 정착한 곳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한솔이 있는 곳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천리마 민방위 홈페이지가 등록된 회사의 위치가 파나마로 밝혀진 만큼 김한솔이 파나마 등 남미에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 회사를 통해 홈페이지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김한솔의 현재 위치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파나마는 중남미 북한 외교관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쿠바산 시가(cigar)를 밀수출하는 주요 거점이다. 국정원 출신인 김정봉 한중대 교수는 "김한솔이 가장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용희의 동생 고용숙도 현재 미국에 망명해 거주하고 있다. 반면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네덜란드가 김한솔 가족의 망명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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