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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으라'는 촛불 단체들, 文 정부 첫 시험대

Marine Kim 2017. 5. 26. 14:11

[사설] '빚 갚으라'는 촛불 단체들, 文 정부 첫 시험대

    • 입력 : 2017.05.26 03:20

    새 정부가 출범하자 '우리가 앞장선 촛불 집회로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빚을 갚으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소식지에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조합원들에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무실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요구 팩스를 보내도록 독려하고 나섰다.

    민노총도 '수감 위원장 석방' '노조 파괴 금지법 입법' '최저임금 인상'등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장관 자리에 누구 앉히라,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인사 압박도 나온다. 청와대와 민주당에는 전교조·민노총만 아니라 좌파 단체 등으로부터 매일 450여 건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법규에 어긋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문 정부 출범에 기여했으니 자기들 몫을 챙겨야겠다는 식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첫해에도 '빚 갚으라'는 전교조, 철도노조, 환경단체 등의 파업·농성이 줄을 이었다. 정부 출범 보름도 안 된 2003년 3월 8일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해 단식 중이던 승려를 찾아갔다. 문 수석은 그 자리에서 고속철 공사 중단을 약속했다. 그 승려의 공사 반대 이유가 엉터리였고 공사 중단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공연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전교조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연가(年暇) 투쟁을 벌였다.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문제 삼았지만 실제론 일이 늘어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문재인 민정수석이 전교조 위원장을 만났고 그 다음 날 정부는 NEIS 철회를 발표했다. 그러자 한국교총과 교장단 등에서 철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학교 사회는 쪼개지고 정부는 다시 NEIS 도입으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은 14년 전의 이 경험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노무현 정부의 첫 시험대였고 그 시험대 통과에 실패했다. 이번 주말(27일) 전교조와 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촛불 빚 독촉' 집회다. 앞으로도 계속될 게 틀림없다. 문 정부도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새 정부가 목소리 큰 극렬 세력의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다 국민의 신임을 잃는 사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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