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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韓美 냉전동맹 탈피해야”… 동맹 흔드는 철지난 인식

Marine Kim 2020. 9. 7. 13:32

[사설]이인영 “韓美 냉전동맹 탈피해야”… 동맹 흔드는 철지난 인식

동아일보 입력 2020-09-07 00:00수정 202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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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그제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한미)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동맹의 범위는 경제, 에너지, 과학, 사이버안보 등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한미관계가 군사·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우회적으로 불편한 반응을 내비친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은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동맹에 대해 북한은 ‘민족의 운명과 이익을 해치는 매국행위’라고 비난해왔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이 군사동맹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했음을 이 장관과 북한만 부인하는 것인가.

 

발언 시점도 부적절하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을 향해 대중(對中) 견제에 동참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온 이 장관의 발언은 동맹 외교에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4일 “한미동맹의 미래 모습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안보는 미(美), 경제는 중(中)’이라고 한 것도 부적절하다. 전날 호주와 일본, 한국에 중국 견제 동참을 요구한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대미외교 최전선에 있는 대사가 동맹이 이해관계에 따라 표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자체가 경솔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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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팽창 야욕이 노골화되는 시기에 이를 견제해야 할 한미동맹이 흔들려선 안 된다. 더욱이 동맹을 돈으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 인해 한미관계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듭 신중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