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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

Marine Kim 2020. 9. 3. 13:09

[사설] 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

[중앙일보] 입력 2020.09.02 00:12 |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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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불법적으로 합병했으며 이 과정에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무상 배임과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 조종 등의 배경에는 이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불법 승계라는 고질적 병폐가 자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2016년부터 두 기업의 불법 합병을 주장하는 고발이 잇따르자 검찰은 2018년 12월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1년10개월 만에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통해 수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수사심의위 “불법 입증 어렵다” 의견에도 기소 강행
수사 과정 석연치 않아…증거와 법리 따라 재판하길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기소를 결정하기까지엔 몇 가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먼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묵살해 가며 기소를 강행한 배경이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인 지난 6월 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불법 행위에 직접 연루됐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취지로 의견을 표시했다.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때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이뤄진 열 차례의 권고 중 이 부회장과 채널A 사건 등 마지막 두 건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의구심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에 끊임없이 기소를 채근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 윤 총장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실체적 진실을 더 밝혀내기 위해선 수사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담당 부장을 지방으로 발령냈고, 이 지검장은 기소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검찰과 재계에선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이 삼성 사건에 대한 책임을 윤 총장에게 미루기 위해 기소를 서둘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법에 보장된 것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소하기까지 이뤄지는 수사 등의 과정은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이 정부는 물론 그동안 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을 요구했던 것도 독점적 행위에 대한 개선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삼성 기소는 검찰 간부들 간의 알력과 권력 분쟁에서 이뤄진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기업의 실질적 총수와 전·현직 임원들을 재판에 넘길 때는 명백하고 분명한 혐의 사실이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해 가며 기소를 강행한 이유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 검찰에 묻고 싶다.
 
이 정부 들어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 경향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철저히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삼성도 이번 기회에 불법 기업합병이란 국민의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성심성의껏 재판에 임해 줄 것을 촉구한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삼성 기소,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배경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