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법’ 판사의 조국 동생 판결, 조국 재판 안 봐도 알 듯
조선일보
입력 2020.09.19 03:26
교사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 조권씨가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재판장이 조국 전 법무장관 동생 조권씨에게 웅동학원 교사 채용 시험지를 유출해 학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사기 소송’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했다. 지엽적 문제만 유죄로 하면서 정작 중요한 혐의는 모두 봐준 것이다.
조씨는 2016~2017년 웅동학원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교사 채용 지원자 두 명에게 시험지를 빼주고 뒷돈 1억4700만원을 받았다. 법원은 시험지 유출은 유죄지만 뒷돈은 무죄라고 했다. 사무국장은 교사 채용 업무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웅동학원은 조씨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고 조씨 일가 소유다. 조 전 장관과 아내 정경심씨가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조씨가 시험지를 빼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채용과 관계없다고 하고 뇌물을 받아도 죄가 안 된다고 한다. 앞서 조씨를 도운 브로커는 돈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돈 심부름한 사람은 1년 6개월인데, 지시하고 직접 돈을 챙긴 사람은 그보다 훨씬 낮은 처벌을 받는다. 판결인가 정치인가.
조씨 혐의의 핵심은 ‘사기 소송’이다. 하지도 않은 공사 대금 채권을 확보한다며 ‘위장 이혼’까지 해가며 가족끼리 짜고 치기 소송을 벌여 웅동학원에 115억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당시 웅동중학교 신축 공사 현장 소장이 “조씨는 공사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공사비 채권’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다. 이혼했다는 아내는 조씨와 계속 동업을 하고 이혼 후 세운 아버지 묘비에도 ‘며느리’로 돼 있었다. 조씨 일가와 웅동학원은 조씨가 낸 소송에 응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부러 져줬다. 그 결과 조씨는 115억원 채권을 확보하고 웅동학원은 그만큼 빚을 지게 됐다. 그런데도 법원은 “(허위 공사) 증거가 부족하다” “학교 법인인 웅동학원 재산은 처분이 불가능해 실질적 손해가 없다”며 무죄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조씨는 아무 소용도 없는 ‘채권’을 확보하겠다며 위장 이혼을 하고 소송까지 벌였다는 뜻이 된다. 처음부터 무죄를 내리려고 본질에는 눈감고 ‘법 기술’을 부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조씨는 브로커들을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돈까지 줬다. 그런데도 법원은 “증거 부족”이라고 했다. 납득할 수 없다.
현 정권 들어 상식과 동떨어진 법원 판결이 끊이지 않는다.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대법원은 ‘선거 TV 토론에서 거짓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황당한 판례를 만들어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을 유지시켜 줬다. 검찰이 항소장을 부실 기재했다는 극히 지엽적 형식 논리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은수미 성남시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한 노동조합법과 대법원·헌법재판소의 기존 판결을 뒤집고 전교조는 합법이라고 했다.
반면 대학 구내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이 ‘주거 침입죄’로 처벌받고, 대통령을 비판한 변호사가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는 정권 편에만 있다는 판결이다.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는 정권 실세는 뇌물 4200만원을 받고도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다른 공무원들은 몇 년씩 실형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정권에 밉보인 사람은 ‘강요 미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유로 구속되는데 정권 편 인사들 영장은 툭하면 기각되고 있다.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혐의 영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때문”이라고 기각됐고, 조국 동생 돈 심부름을 한 브로커는 모두 구속하면서 조국 동생 영장은 기각했다.
법을 수호한다는 법원이 갈수록 정권을 수호하는 기관이 돼 가고 있다. 조국 동생 재판장도 법원을 장악한 ‘우리법연구회’ 서클 회원이라고 한다. 이 사람이 조국도 재판한다. 조국 재판 결과 역시 안 봐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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