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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이 秋 아들 구하는 노력 절반만 했어도 北 만행 막았을 것”

Marine Kim 2020. 9. 26. 20:39

사설] “軍이 秋 아들 구하는 노력 절반만 했어도 北 만행 막았을 것”

조선일보

입력 2020.09.26 03:24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우리 국민 북한 총살 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뒤 군은 “북한이 설마 그런 만행을 저지를 줄 몰랐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군의 현주소를 이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도 없을 것이다. 군은 국민 생명·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 군이 우리 국민이 적군 총부리 앞에 놓여있는 절체절명의 6시간을 구경만 했다. 이미 북이 접경지대 접근자에게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에 충분히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 모든 채널을 통해 안전 송환을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섰어야 하는데 ‘설마’ 하며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문 정권의 눈치와 북의 눈치를 보며 군으로서 책무 수행을 아예 포기했을 수도 있다. 도저히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합의에는 자기 측으로 넘어온 인원에 대한 사격 여부 내용이 없다”며 북의 만행이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군사합의에는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돼 있는데 민간인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게 위반이 아니면 뭐가 위반인가. ‘핵무기’ 조항도 없으니 북이 핵으로 우리를 공격해도 위반이 아니라고 할 건가. 북의 잇단 도발로 이미 휴지 조각이 된 군사합의를 말하는 것부터 한심한 일이다. 군은 우리 국민 총살 보고를 청와대에 올린 뒤에도 언론에 ‘실종 사건’으로 공지하며 하루 넘게 국민을 속였다. 북이 미사일을 쏴도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평화 타령’만 하는 청와대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국방장관은 북의 시신 소각에 대해 “코로나에 대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에 이어 국방장관이 북한 대변인으로 나섰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군 120만이 건재한데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게 지금 우리 군이다. 이 정권 들어 정치군인들은 남북 합의라며 우리 정찰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고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 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DMZ 초소에 북 총탄이 탄착군을 형성하며 박혀도 ‘우발적 사고’라며 북을 감쌌다. 북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어떤 사과도 안 했는데 알아서 ‘5·24 대북 제재 폐기’로 면죄부를 줬다.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 쇼를 하더라도 군만은 굳건하게 국가 방위 태세를 유지해야 생존과 독립을 지킬 수 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군인은 한 사람도 없겠지만 모두가 보신하고 진급할 생각에 청와대 눈치만 살핀다.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정권의 군대가 됐다. ‘국방부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구하기의 절반만큼만 노력했어도 북 만행을 막았을 것’이라는 개탄이 나오는데 국방장관은 어제 “국민이 우리 군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공정’ ‘정의’라는 말 뜻이 바뀌더니 이제는 ‘신뢰’라는 말마저 변질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