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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했다’ 김정은 사과, 文은 ‘金 생명 존중 경의’ 친서 공개

Marine Kim 2020. 9. 26. 20:43

[사설] ‘내가 안했다’ 김정은 사과, 文은 ‘金 생명 존중 경의’ 친서 공개

조선일보

입력 2020.09.26 03:22

 

 

 

 

 

 

 

 

2018년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우리 공무원 총격 살해 및 소각에 대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북측은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으로 10여 발 사격했다”며 “침입자는 사라졌고 타고 온 부유물은 비상 방역에 따라 소각했다”고 했다.

북측 주장은 한⋅미 정보 자산으로 파악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것이다. 야만적 처사를 ‘현장 군인들의 불법 침입자 사살’ 사건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일개 하급 장교가 한국인으로 확인된 사람을 자신의 재량으로 죽였다는 것은 누구도 믿기 어렵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神)과 같은 김정은이 사과하게 만든 그 군인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

김정은에게 바다에 떠밀려온 남측 민간인의 목숨 따위는 하찮은 것이다. 그런데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 밖으로 크게 일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의 대북 정서가 지나치게 악화되면 향후 친북적인 문 정권을 이용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를 갑자기 공개하며 거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김 위원장님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고 했다. 김정은은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 민가에 포탄을 퍼부은 장본인이다. 김정은도 자신을 향한 ‘생명 존중 의지’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