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최고령 미국 대통령
입력 2020.11.06 03:18
1841년 미국 9대 대통령 해리슨이 68세로 취임했을 당시 역대 최고령이었다. 아직 젊다는 걸 과시하려고 춥고 비 내리던 취임식 날 외투를 벗고 1시간 반 넘게 연설했다가 급성 폐렴에 걸렸다. 한 달여 만에 사망해 임기가 가장 짧았던 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12대 테일러 대통령도 66세 때 불볕더위 속 행사에 참가했다가 식중독으로 급사했다. 의료 수준이 낮았던 19세기엔 대통령 나이도 업무 수행의 요건으로 꼽혔다.
▶요즘 국가 지도자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현 이스라엘·일본 총리, 이란·칠레 대통령 등이 70대다. 카메룬·레바논 대통령은 80대이고 말레이시아 총리는 올 초 95세에 물러났다. 미 정가에서도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80세이고 어제 7선에 오른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78세다. 상원의원 14명이 75세 이상이라고 한다. 워싱턴·뉴욕의 남성 기대 수명은 1990년보다 13.7년이나 늘었다. 대졸 이상 백인일수록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산다는 연구도 있다.
▶78세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된다. 4년 전 트럼프의 70세를 깬다. 73세에 재선한 레이건보다 많다. 43세 최연소 당선자였던 케네디와는 35세 차이다. 이번에 바이든의 나이가 논란이 된 건 신체적 건강 문제가 아니라 잦은 말실수 때문이다. 도널드(트럼프)를 자꾸 조지(부시)라고 부르고 손녀를 소개할 때 죽은 아들의 이름을 댔다. 대통령이 아니라 상원의원에 출마한다고도 했다. 74세 트럼프는 이런 바이든을 ‘치매’라고 공격했다. “졸린(sleepy) 조”라고도 놀렸다.
▶바이든은 ‘나이 약점’을 보완하려고 22세 어린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미국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유색 인종 부통령이 된다. 미 언론은 “대통령직 수행이 어려울 경우 국정을 이어갈 수 있는 대통령감을 부통령으로 지명해야 한다”며 “해리스가 그 자격을 갖췄다”고 했다. ‘대통령감’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을 ‘전환기 후보(transition candidate)’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4년 뒤면 82세라 재선 도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미 부통령은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바이든도 오바마의 부통령이었다. 50대의 야심만만한 해리스가 바이든 백악관에서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 역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얼마 안 있으면 ’78세 대통령'도 특별하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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