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찾는 트럼프 참모···승복 연설 없이 백악관 떠날듯
[중앙일보] 입력 2020.11.07 15:00 수정 2020.11.07 15: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한 회견에서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으며, 최고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어서 비판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악관 참모들은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내부, 패배 가능성 인정하는 분위기
가족 등 소수는 여전히 이길 수 있다 믿지만
다수는 재선 어렵다 판단, 출구 전략 모색
트럼프, 전통적 의미 승복 연설 안 하고 승리
도둑맞았다 주장하며 백악관에서 퇴거 예상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은 지난 이틀간 선거에서 최종 패배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대통령과 의견을 나눴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일부 참모와 공화당 당직자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자로 확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약속하는 공개 발언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와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본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은 현재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측근 그룹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계속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백악관 참모와 공화당 당직자 그룹은 재선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자보다 후자 그룹이 수가 더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를 어떻게 전하고 설득할지 묘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화당 당직자는 WP에 "그들은 대통령이 졌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도 리어왕이나 조지 3세 국왕에게 제국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모들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가능성 큰 방법은 승복 연설을 하지 않고 끝까지 승리를 주장하면서 물러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선에서 패자들이 보여준 우아함과 관대함, 포용력을 담은 전통적 의미의 승복 연설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4일 오전 2시께 회견을 열어 "내가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틀 뒤인 6일에도 "민주당이 우편투표를 조작해 선거를 훔치려 한다"면서 "최고법원에서 승자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을 떠나면서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참모들은 공화당이 의회에서 거둔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포장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WP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하원도 의석을 확장하는 등 성과를 낸 것을 강조하는 방안이다.
일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니었다"고 설득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부인 캐런 여사가 지난 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개표 방송을 시청하다가 긴급 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먼저 나선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 소속 의원 20여명 당선을 축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워싱턴에 미국인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보수주의자들을 갖게 됐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가 확정된 뒤에도 백악관을 비우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한 측근은 "민주당이 꾸는 악몽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결국 백악관을 비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이고, 우리는 법치를 준수하며,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선거캠프를 통해 내놓은 성명이 한층 차분해진 것도 '항전'에서 '시인'으로 방향을 트는 '작은 걸음'으로 보인다고 WP는 평가했다.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과정의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이번 투쟁은 더 이상 어느 한 선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여러분과 이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분노와 불안을 표출하는 게 현재 전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녀들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보다 이방카와 제러드 쿠슈너, 장남 돈 주니어, 차남 에릭 등 자녀들이 패배의 충격이 더 크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바이든 후보가 역전한 조지아주 공화당 당사를 찾아 지지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가 파이터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조지아를 비롯해 하나하나 전부 싸울 것"이라며 희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캠프는 조지아 선거 당국에 재검표를 요청할 예정이다.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날 코로나19로 확진되면서 대선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측근 그룹 일부가 자택격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폭넓게 활동해 백악관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할지 주목된다.
한편, 대선 개표 나흘째를 맞은 6일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 선거인단 253명을 확보해 213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개표가 진행 중인 경합주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애리조나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 다만, 득표율 격차가 적게는 0.09%포인트(조지아주)에서 최대 1.8%포인트(네바다주)에 불과해 최종 승자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출구전략 찾는 트럼프 참모···승복 연설 없이 백악관 떠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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