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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무혐의' 100페이지 보고서, 이성윤이 뭉갰다이민석 기자

Marine Kim 2021. 1. 1. 21:48

[단독] ‘한동훈 무혐의' 100페이지 보고서, 이성윤이 뭉갰다

이민석 기자

입력 2021.01.01 15:03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최근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 내리고 이를 정리해 A4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답변없이 결재를 미루다 최근 중앙지검 최성필 2차장에게 관련 보고서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 국감을 앞두고도 ‘한 검사장은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팀 보고를 받았지만, 담당 부장에게 “실망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인사는 “이 지검장이 무리한 수사를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데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뭉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장이 지난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10.19.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공모 혐의 부족하다” 100페이지 보고서 제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은 최근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게 A4 용지 10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채널A 관련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에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혐의도 확정하기 힘들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異見)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변 부장은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 국감을 앞두고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변 부장에게 “실망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당초 정권이 원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위해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수사를 해왔던 것인데, 혐의가 안 된다고 하니 실망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에 변 부장은 수사팀 내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이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7월 당시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도 여권이 ‘검언 유착’이라고 주장했던 유착 상대방인 한 검사장은 채널A 기자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MBC에 ‘검언 유착’이라고 제보한 사기 전과자 지모씨 역시 채널A 기자 재판부의 증인 출석 요청에 수개월째 불응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MBC가 ‘검언 유착’이라고 보도한 이후 시작돼 수사 기간이 9개월이 넘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 내며 사실상 ‘검언 유착’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및 피소 사실 의혹을 수사했던 검경은 5개월간 수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

 

◇2차장에게 보고서 검토 지시 “책임 회피 하려고 하나”

변필건 부장의 보고서를 받은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 최성필 2차장에게 보고서 검토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차장은 수사팀의 기록 전체를 받은 뒤 수사를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고서에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하던 이 지검장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차장검사에게 다시 검토를 맡긴 것은 결국 정권이 원하지 않는 결론으로 수사가 향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경과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한 검사장이 무혐의가 되며 ‘검언 유착’이 허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채널A 사건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역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선 “친정권 성향의 이 지검장이 사건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자신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수사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사건 무혐의, 부장회의까지 열어 결정”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나경원 전 의원과 관련된 고발 사건 13건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었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 이 지검장은 지난달 9일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나 전 의원 사건의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부장 회의’는 형사7부 수사팀 검사들이 이성윤 중앙지검장, 최성필 2차장, 이병석 형사7부장과 달리, ‘전체 무혐의’ 의견을 강하게 내면서 소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부장검사 8명이 표결에 참여해 ‘전체 무혐의’에 7표, ‘김씨 시한부 기소중지’에 1표가 나왔었다.

검찰 안팎에선 “채널A 사건에 이어 나 전 의원 사건까지 밀어붙인 수사가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 오는 1월 중하순 예상되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전까지 관련 사건 처리를 계속 뭉개려는 의도”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