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 위원장이 또 다른 피의자 이성윤을 검찰총장 추천한다니
조선일보
입력 2021.03.13 03:22 | 수정 2021.03.13 03:22
2020년 1월 1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관련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로 되돌려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이 지검장은 그간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라고 버텼다. 이렇게 해서 공수처로 넘어간 사건이 검찰로 돌아간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이라 수사에 전념할 여건이 못 된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요청서가 가짜 사건 번호와 내사 번호를 붙인 위조 공문서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담당인 서울동부지검 측에 “내사 번호를 추인한 걸로 해달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출금 사실조차 알지도 못했고 당연히 지검장 직인도 없었다. 이 불법행위를 이 지검장이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출금 닷새 전 “(김 전 차관 사건에)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하자 이런 불법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의 수차례 소환 통보를 모두 무시했다. 그러더니 ‘검찰은 수사에서 손 떼고 사건을 공수처로 넘기라’고 했다. 공수처가 정권 수족 역할을 해줄 것이란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정권 불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뭉개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정권이 억지로 꿰맞춘 채널A 기자 사건은 무혐의 처리를 못 하도록 끝까지 막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는 데도 적극 협력했다. 그래서 선후배 검사들에게 “당신도 검사냐” “양심은 엿 바꿔 먹었느냐”는 비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지금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한다.
차기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입국 불법 조회 177차례를 묵인하고, 불법 출국 금지를 승인한 혐의로 고발당해 있다. 형사 사건의 두 피의자가 검찰총장을 추천하고 추천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려 한다. 다른 총장 추천위원도 대부분 친정권 인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총장 인선을) 전광석화처럼 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국회 등에서 폭행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을 주무르는 사람 모두가 피의자다. 코미디가 아니라 현실에서 곧 벌어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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