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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절반이 땅 보유, 땅으로 돈 못 벌게 만들어야 한다

Marine Kim 2021. 3. 26. 23:25

[사설] 공직자 절반이 땅 보유, 땅으로 돈 못 벌게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1.03.26 03:26 | 수정 2021.03.26 03:26

연합뉴스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땅 주인이 보상을 노리고 묘목을 심어놓았다. 화가 난 시민이 항의 팻말을 세우고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 결과,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 759명 중 388명(51%)이 집에 달린 땅 외의 토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의 시가는 공직자 1인당 약 1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95명은 수도권에 땅이 있고, 17명은 LH 투기 사건으로 문제가 된 3기 신도시 관련 땅을 갖고 있었다.

농사짓는 것도,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 공직자가 논, 밭, 임야를 매입한 것은 결국 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일 것이다. 일부는 상속받았다고 해명했지만, 그 땅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땅값이 오르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 중 집 이외 땅이 있는 가구는 전체의 10.4%뿐이다. 고위 공직자의 토지 보유 비율이 국민 평균보다 5배나 높다. 정보가 많은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백해무익하다. 빈부 격차와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국민 분노를 키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전국 땅값은 36%나 올랐다. 연평균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9배에 이른다. 뛰는 집값에 좌절하는 서민과 청년들은 땅 투자로 몇 배 몇십 배 돈 버는 공직자들을 보며 한 번 더 절망하고 있다.

 

토지와 집은 다르다. 사업에 이용할 생각도 없으면서 시세 차익만을 노리고 토지를 보유하는 것은 경제에 해악을 끼칠 뿐이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이 된다. 토지 불로소득을 막으려면 세제를 전면 개편해 토지 보유자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토지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위 1%가 전국 사유지의 52%(가격 기준)를 갖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우리나라 땅(5조9000억달러·2014년 기준)을 다 팔면 독일·호주 땅을 다 사고도 남는다. 각종 규제를 풀어 토지 공급도 늘려야겠지만 무엇보다 ‘땅으로 앉아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통념을 없애야 한다.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