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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마음대로 모욕해도 되고, 文은 안 되고

Marine Kim 2021. 3. 26. 23:27

[사설] 박근혜는 마음대로 모욕해도 되고, 文은 안 되고

조선일보

입력 2021.03.26 03:22 | 수정 2021.03.2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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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5일 시민단체 간부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세월호 사고 때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피고인 발언은 허위이며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이라며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이며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 아니다’라며 정반대로 뒤집었다.

판사에 따라 법률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날 “국가 기관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은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누구라도 대통령과 정부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그 이유로 부당하게 처벌받아서도 안 된다. 표현 자유의 기본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렇게 판결하는 나라에서 대학 내에 문재인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들이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마약’ ‘보톡스’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 비판과 풍자 대자보였다. 이 청년들 집까지 경찰이 들이닥쳤다. 청년들을 처벌할 법률이 마땅치 않자 ‘불법 침입'이라는 황당한 죄목을 뒤집어 씌웠다. 대자보가 붙은 대학 측이 “피해를 본 것이 없고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기어이 재판에 넘겼다. 판사는 유죄로 판결했다. 여기가 자유민주국가인가, 문재인 왕국인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부른 변호사는 이 정권 출범 직후 즉각 기소됐다. 사건 발생 4년 만이었다. 1심은 “공인(公人)의 영향이 클수록 이념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권 편 판사가 항소심을 맡더니 유죄로 뒤집었다.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항의 표시로 신발을 던진 시민은 집요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 문 정권은 5·18에 대해 정부와 다른 말을 하면 감옥에 보내는 법을 통과시켰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 배상'을 적용하는 법도 추진한다. 대통령 비판, 정권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이율배반, 내로남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