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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예송논쟁, 백제 지역주의로까지 퇴행한 與 경선조선일보

Marine Kim 2021. 7. 26. 14:43

오피니언사설

[사설] 조선 예송논쟁, 백제 지역주의로까지 퇴행한 與 경선

조선일보

입력 2021.07.26 03:22

 

 

 

 

 

지난 7월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박용진·이낙연·정세균·이재명·추미애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조선시대 예송(禮松) 논쟁을 연상시키는 적자·서자 공방만으로 부족했는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역주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가 운영이나 민생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을 격려한 적이 있었다며 “백제가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지만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지형이 바뀌어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 정세균 전 총리는 “천박하고 부도덕한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겉으로는 서로를 향해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지역주의 선동이나 다름없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해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그 틈을 노려 “나는 의장석을 점거하고 투표를 막았다”고 차별화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놓고 조선시대 신분을 구분 짓던 적자, 서자, 얼자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홍보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댓글 조작 혐의로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통화에서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자 이 지사 측은 “문심(文心)을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파탄 난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지, 청년 세대를 절망에 빠트리고 있는 부동산 대란과 구직난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맞부딪치는 치열한 토론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웠는지, 문재인 현 대통령의 마음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놓고 초등학생 수준의 말다툼만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것으로 후보가 정해지는 정당이라면 경선이 왜 필요하나. 수백년 전 왕조시대로 퇴행하는 집권당 경선판이다.